뉴질랜드가 경제 회복을 촉진하고 부유한 이민자를 유치하기 위해 ‘골든 비자’ 제도를 간소화한다. 이에 따라 영어 능력 요건이 폐지되며, 투자자들이 머물러야 하는 최소 체류 기간 등 일부 규정도 완화된다.
에리카 스탠포드(Erica Stanford) 이민부 장관은 11일 오클랜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는 4월 1일부터 ‘액티브 인베스터 플러스(Active Investor Plus)’ 비자가 두 가지 유형으로 단순화되며, 허용되는 투자 범위도 확대된다”고 발표했다. 스탠포드 장관은 “자본은 매우 유동적이며, 점점 복잡해지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국가를 선택해 비즈니스를 하고자 한다”며 “뉴질랜드가 투자자의 최우선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비자 제도를 보다 유연하고 간편하게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2024년 경기 침체를 겪은 뉴질랜드 정부는 금리 하락을 기회로 삼아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지만, 필요한 자본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외국인 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 투자자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일 기관을 신설했으며, 원격 근무를 허용하는 등 이민 장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니콜라 윌리스(Nicola Willis) 경제성장부 장관은 “우리는 투자 이민자들에게 뉴질랜드가 최적의 투자처임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환영해야 한다”며 “외국인 투자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새로운 사업을 유치하거나 기존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액티브 인베스터 플러스’ 비자는 한때 연평균 10억 뉴질랜드달러(NZ$) (약 5억 7천만 달러)의 투자 유치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제도로 평가받았지만, 2022년 말 규정이 변경된 후 급격히 위축됐다. 이민부 자료에 따르면, 변경 이후 승인된 신청 건수는 43건에 불과하며, 총 투자 금액은 5억 4,500만 뉴질랜드달러(NZ$)에 그쳤다.
새롭게 개편된 비자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 성장(Growth) 투자: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투자자로, 3년간 최소 500만 뉴질랜드달러(NZ$)를 뉴질랜드 내 기업이나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 비자 보유자는 뉴질랜드에서 최소 21일을 체류해야 한다.
- 균형(Balanced) 투자: 보다 안정적인 투자자로, 5년간 최소 1,000만 뉴질랜드달러(NZ$)를 채권, 주식, 신규 부동산 개발(주거 포함), 기존 상업 및 산업용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 투자 금액이 최소 기준을 초과하면 체류 요건이 줄어들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105일 이상 거주해야 한다.
한편, 뉴질랜드가 투자 비자 규정을 완화하는 것과 달리, 다른 국가들은 ‘골든 비자’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추세다. 스페인은 오는 4월 3일부로 해당 프로그램을 종료하며,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그리스, 몰타 등도 비자 요건을 강화하거나 운영을 중단했다. 호주 역시 자국 경제에 실질적인 기여 없이 부동산 및 금융 자산 매입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요 투자자 비자(Significant Investor Visa)’ 프로그램을 사실상 폐지했다. 해당 비자는 500만 호주달러(A$) (약 3백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부여되었으나, 생산적인 산업에 대한 기여도가 낮다는 이유로 폐지 결정이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