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은 혈장을 기증하며 240만 명의 신생아를 살린 호주의 ‘황금팔’ 영웅, 제임스 해리슨(88)이 별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리슨은 지난달 17일 뉴사우스웨일스 센트럴 코스트의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18세 때 처음 혈장을 기증한 이후 81세까지 60년 넘게 총 1173회에 걸쳐 헌혈을 이어왔다. 2005년에는 ‘가장 많은 혈장 기증’ 세계 기록을 세웠으며, 이 기록은 2022년까지 유지되었다. 그의 혈액 속에는 희귀 항체인 ‘항-D 항체(anti-D)’가 포함되어 있어 수백만 명의 신생아를 구하는 데 기여했다.
해리슨이 헌혈을 결심한 계기는 14세 때 대수술을 받고 수혈을 받은 경험이었다. 그는 당시 받은 도움을 돌려주기 위해 평생 헌혈을 이어갔다. 그의 혈장은 신생아 용혈성 질환(HDFN) 예방을 위한 약물 개발에 활용되었으며, 이를 통해 매년 4만 5000명 이상의 산모와 아기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호주 적십자 산하 라이프블러드(Lifeblood)에 따르면, 호주 내에서 항-D 항체를 보유한 기증자는 2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해리슨의 공헌은 단순한 헌혈을 넘어 수많은 가정에 희망을 선사한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딸은 “아버지는 ‘네가 구한 생명이 곧 너의 생명이 될 수도 있다’는 신념으로 평생을 바치셨다”며 그의 헌신을 기렸다. 수혜자 중 한 명인 레베카 인드는 “그의 헌혈 덕분에 우리 같은 평범한 가족도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해리슨은 생전 대가를 바라지 않았으며, 언젠가 자신의 기부 기록이 깨지기를 바랐다. 그의 유산은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며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