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현금과 동전 사용을 지지하는 시민 단체가 전국적인 현금 인출 캠페인을 전개하며, 디지털 결제 확산 속에서도 현금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민 단체 ‘Cash Welcome’은 화요일을 ‘대국민 현금 인출의 날’로 지정하고, 국민들에게 현금을 인출해 보관할 것을 독려했다. 단체 설립자 제이슨 브라이스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지역 은행 지점과 ATM 폐쇄, 슈퍼마켓의 현금 결제 중단 등을 겪으며 현금 사용의 위기에 주목했고, 이에 따라 단체를 결성했다.
호주에서는 여전히 약 150만 명이 현금과 동전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디지털 결제의 확산으로 현금 사용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전체 대면 거래에서 현금 사용 비율은 32%에서 16%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글로벌 결제 기업 월드페이 (Worldpay)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이 수치는 7%로 더 감소할 전망이다.
ATM 폐쇄 역시 현금 사용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디지털 지갑은 곧 온라인과 오프라인 결제 모두에서 가장 선호되는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RMIT 대학의 앤젤 종 금융학 부교수는 “호주는 2030년까지 기능적으로는 현금 없는 사회에 도달할 것”이라며, “이는 대부분의 결제가 디지털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의미일 뿐, 현금 사용이 불가능해진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금 결제를 지지하는 움직임은 호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주민 99% 이상이 가까운 거리에서 무료 현금 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스페인,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상점의 현금 결제 의무화를 법제화했다. 호주 정부도 2026년 1월부터 생필품 및 필수 서비스 제공 업종에 대해 현금 결제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2029년까지는 수표 제도도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한편, 디지털 결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현금 사용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Coles와 Woolworths에서는 시스템 장애로 인해 결제가 불가능했던 사례가 발생했고, Optus의 통신 장애 역시 유사한 불편을 초래했다. 브라이스는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20 또는 $50짜리 지폐를 지니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전체 결제에서 현금 비중은 줄고 있지만 지폐 수요는 오히려 증가했다. 호주중앙은행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2022년 12월 사이 유통된 지폐의 총액은 약 190억 호주달러로 22% 증가했으며, 이는 국민들이 비상시를 대비해 지폐를 비축한 결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