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부유세 정책이 고액 자산가들의 대규모 탈출을 불러오며, 11억 호주달러(약 1조1,700억 원)에 달하는 세수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호주의 논란이 되고 있는 초과 슈퍼세(퇴직연금세) 역시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르웨이는 최근 몇 년간 부유세와 배당세를 인상했으며, 이에 따라 수많은 억만장자와 다중 자산가들이 스위스로 이주했다. 2023년 노르웨이 정부는 부유세를 0.85%에서 1.1%로 인상하고 배당세도 인상했으며, 이 조치는 54억 미국달러(약 84억 호주달러)의 자산 유출을 야기했다.
시민 참여형 금융 플랫폼 시티즌엑스(CitizenX)의 알렉스 레코우소 CEO는 “부유세 인상을 통해 연간 2억2,800만 호주달러의 세수 확보를 기대했으나, 오히려 9억2,700만 달러의 손실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노르웨이 산업재벌이자 2022년 기준 최고 과세 대상자였던 셸 인게 뢰케는 스위스 루가노로 이주했다. 그의 이탈은 연간 약 2,600만 호주달러의 세수 손실로 이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노르웨이 정부의 세제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의 평가 가치 증가분에도 과세하는 구조로, 실제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세금을 부과받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이에 따라 다수의 기업인들은 세금 납부를 위해 배당을 인출해야 하며, 이는 회사의 재투자 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배당세율은 37.84%에 달한다.
노르웨이 총리 요나스 가르 스퇴레는 작년 의회 연설에서 고액 자산가들의 탈출에 대해 “노르웨이에서 부를 축적하고 복지를 누렸다면, 떠나는 것은 사회적 계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호주에서는 노동당이 퇴직연금 계좌에 보유된 300만 달러 초과 자산에 대해 세율을 15%에서 30%로 두 배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
히, 실현되지 않은 자산 평가 이익에도 과세하는 방식이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이와 관련해 금융업계와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은 투자자들의 자산 재편과 벤처투자 시장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술 스타트업, 녹색 경제 전환 등 신성장 산업의 투자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윌슨 자산운용의 설립자 제프 윌슨은 “호주는 노르웨이의 사례에서 분명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노르웨이에서는 상위 400명의 고액 납세자 중 절반이 국외로 이탈했고, 이에 따라 GDP 감소, 벤처 투자 급감, 가계부채 증가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호주 재무장관 짐 찰머스는 “이번 세제 개편은 극히 일부의 고액 연금 자산 보유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며, 여전히 세제 혜택은 유지된다”고 주장하며 정책을 강행할 방침을 밝혔다. 다만, 연금 세율 인상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기준 조정 없이 추진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젊은 세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