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아 인터뷰
QUT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 중인 김민아(25) 씨는 어린 시절부터 캐나다, 말레이시아, 호주를 거치며 다양한 교육 환경을 경험했다. 단순히 그림을 좋아하던 소녀에서 출발해, 이제는 애니메이션과 디자인을 통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Q. 언제, 어떤 이유로 호주에 오시게 되었나요?
A.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15살 때 처음 캐나다에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언어와 문화를 접하며 ‘새로운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부모님은 많이 걱정하셨지만, 아버지께서 제가 직접 준비하고 설득하면 허락해 주신다고 하셔서 결국 두 분 모두 허락해 주셨습니다. 캐나다에서 21살까지 지내다 코로나로 한국에 돌아왔고,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하다가 QUT에서 2학년부터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말레이시아와 호주 유학은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즉흥적인 선택이 지금은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여러 나라에서 공부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A. 교육 방식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비슷하게 대학교 때까지도 여전히 ‘학생’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캐나다와 호주는 훨씬 자율적이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분위기가 큽니다.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성인으로 존중받는 만큼 책임감도 함께 따르는 느낌이었습니다.
Q. 부모님이 늘 믿어 주셨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저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수학은 40점 정도밖에 못 받을 정도였고, 영어를 조금 잘하는 정도였죠. 그런데 부모님은 성적 때문에 크게 혼내시거나 압박을 주신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성적표가 집으로 발송되는지도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았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성적에 집착하지 않으시고, “언젠가는 공부하겠지”라는 믿음으로 저를 지켜봐 주셨습니다. 대화할 때도 늘 진지하게 대해 주시고 존중해 주셨습니다.
딱 한 번, 캐나다 유학을 앞두고 어머니께서 “네 성적은 태도의 문제다. 수학에서 80점을 넘기지 못하면 보내지 않겠다”고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해서 간신히 80점을 넘겼고, 그 덕분에 캐나다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시험은 다시 40점이었지만(웃음), 부모님은 약속을 지키셨고 끝까지 믿음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새로운 나라로 옮기는 선택도 늘 존중해 주셨습니다.



Q. 조기 유학을 하며 힘들었던 점이나 느낀 점이 있다면요?
A. 어머니께서는 제가 어릴 때 유학을 떠난 뒤 보고 싶어 전화를 하려다 가도 혹시 눈물이 날까 봐 차마 전화를 못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동생은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며 본인도 외국에 나가는 것을 주저하게 되었고, 그 부분은 지금도 조금 미안합니다.
조기 유학의 단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아직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을 때 혼자 홈스테이 생활을 하다 보니, 한국에 돌아오면 부모님과 문화적 차이로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또 어느 나라에 속해 있는지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때도 많았습니다. 한국에 가면 ‘내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다른 사람을 보지 말고 너 자신을 보라”는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괜찮아졌고, 오히려 인생을 여러 번 사는 것 같은 재미와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전공으로 디자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는데,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서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었고, 지금은 그 선택에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Q. 학교 다니면서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고 있나요?
A. 네. 아버지께서 무형문화 관련 연구원과 교류가 있으셔서, 그분이 진행하는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해당 나라의 (현재는 키르기스스탄) 문화 자료를 데이터화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인데, 저는 그 안에서 간단한 애니메이션 작업을 맡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내자’는 제안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Q. 디자인 작업 외에 다른 일도 병행하고 있나요?
A. 부모님이 학비를 일부 지원해 주시지만, 제가 디자인이나 애니메이션으로 번 돈은 모두 부모님께 드리고 있습니다. 또 브리즈번의 Coorparoo Bistro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무제한 치킨 메뉴로 유명하고 외국 손님들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육덮밥을 가장 추천합니다.
Q. QUT에서 배우는 디자인의 특별함은 무엇인가요?
A. QUT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학교입니다. 수업 시간에 그룹 토론과 브레인스토밍을 활발히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리서치’를 굉장히 강조합니다. 단순히 예쁘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디자인이 필요한지 자료로 입증하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디자인은 결국 ‘문제 해결’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Q. 호주와 캐나다, 두 나라 모두 영국 문화권 영향을 받았는데 차이가 있나요?
A. 단순하게는 영어 표현이 꽤 다릅니다. 캐나다에서는 화장실을 ‘Bathroom’이나 ‘Washroom’이라고 하는데, 호주에서는 그냥 ‘toilet’이라고 하더라고요. 캐나다에서는 toilet이 단순히 변기를 뜻해서 아직도 적응이 잘 안 됩니다. 또 캐나다가 조금 더 격식을 차리는 분위기라면, 호주는 훨씬 친근하고 캐주얼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A. 호주 생활 이후에 케냐로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특별히 많이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또, 커리어에 있어서는 특정 회사에 들어가겠다거나 사업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보다는, 제 재능으로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중학교 때 선생님이 “같은 연필도 누구에겐 위험한 도구, 누구에겐 공부하는 도구”라고 말씀하시며 사물에 대한 인식의 다양성을 알려주셨는데, 그때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경험을 주는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월드비전이나 유니세프 같은 기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꿈입니다.
Q. 여가 생활은 어떻게 즐기나요?
A. 시티에 있는 St. Andrew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루터교 전통을 기반으로 한 교회인데, 한국 분들께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호주에서 가장 큰 교회 재단 중 하나입니다. 교회 분위기가 가족처럼 따뜻해서, 호주에 처음 정착할 때 큰 도움을 받았고 지금은 마치 가족이 하나 더 생긴 기분입니다.
또, 공원에서 누워 시간을 보내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기 때문에 지금도 여가 시간에 가끔 그림을 그리며 마음의 여유를 찾곤 합니다. 이렇게 완성한 그림은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합니다.
instagram.com/minah_kim4618_illustrator


Q.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A. 즉흥적이지만 두려움이 없는 성격입니다. 어릴 때부터 어디서든 잘 적응하는 편이었습니다. 유학생활 중 돈이 부족해 라면만 3개월 먹었던 적도 있지만, 그것조차 재미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또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도전하는 것이 제 강점입니다.
Q. 호주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A. 현실적으로는 영어 준비가 가장 중요합니다.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미리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부딪히면서 누구나 해낼 수 있고,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도 흔합니다. 학비 전부를 벌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가능하니, 워킹홀리데이 경험 후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새로운 나라에서 산다는 건 인생을 여러 번 사는 것과 같다”는 김민아 씨의 말처럼, 그는 도전과 적응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그림을 좋아하던 소녀에서 출발해, 이제는 아이들을 위한 디자인을 꿈꾸는 청년으로 성장한 김민아 씨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