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그녀의 삶은 교회?음악 사역으로 깊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서양의 찬양과 예배 음악을 한국 교회에 소개하고, 전 세계 교회의 풍성한 찬송 전통을 나누는 데 헌신하던 그녀는2010년 호주 루터교회 조용봉 목사의 초청을 통해 호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수적인 전통을 가진 호주 루터교단(Lutheran Church of Australia)에서 최초의 한인 여성 채플린 목사가 되었습니다. 개신교의 뿌리인 루터교단은 교회 역사상 첫 여성 유색인 채플린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국경·언어·전통의 장벽을 넘어 시작된 이 믿음의 여정은 신앙심깊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
Q. 한국과 호주 루터교회의 신앙·신학적 차이 중 무엇이 가장 크게 다가왔나요?
A.한국 교회는 미국 복음주의 전통의 영향을 많이 받아 설교가 예배의 중심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말씀 선포는 교회의 핵심 기능이지만, 호주 루터교회의 예배는 말씀과 성례가 함께 구성하는 은혜의 수단이라는 고백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예배 전체가 하나의 통일된 신학적 흐름을 갖고 있다는 점이 깊이 다가왔습니다.
루터교 예배는 고백, 성경봉독, 설교, 성찬, 축복, 파송으로 이어지는 모든 순서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삼위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현재 우리 가운데에 적용하시는 “하나의 신앙 고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를 통해 예배는 인간이 하나님께 무엇을 드리는 행위라기보다, 하나님이 먼저 우리에게 오셔서 은혜를 베푸시는 자리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성찬에 대한 이해에서 큰 차이를 느꼈습니다. 한국 교회에서는 성찬을 상징적 기념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루터교 전통에서는 성찬은 단순한 기억의 행위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용서와 새 생명이 우리에게 실제로 전달되는 은혜의 수단으로 이해됩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예배를 하나의 종교적 이벤트가 아니라, 말씀과 성례를 통해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을 새롭게 하시는 신학적·성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예배는 ‘구경하는 자리’가 아니라 신자들이 실제로 참여하여 은혜를 받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저에게 큰 신학적 전환을 가져다주었습니다.
Q. 한국 분들이 루터교 예배를 경험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A.처음에는 루터교 전통 예배의 형식과 분위기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은 이 예배가 지닌 역사적 연속성, 고백적 깊이, 그리고 하나님 중심의 구조를 오히려 안정감 있게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루터교 예배는 인간의 감정이나 기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말씀과 성례라는 하나님의 객관적 약속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신앙 여정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제공해 준다는 점을 많은 분들이 높이 평가하십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신앙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떤 전통 안에 놓여 있는지 더 깊이 알고자 하는 분들이 늘면서, 개신교의 뿌리 가운데 하나인 루터교회 고백 전통을 찾아오시는 분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루터교회가 강조하는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말씀”의 신학적 중심이 단순한 교리가 아니라 예배의 모든 요소 속에 녹아 있다는 점이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제가 출석하는 브리즈번 시티의 St. Andrew’s Lutheran Church에서는 한글과 영어 예배 모두에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공동체는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성도들이 함께 예배드리는 장소이며, 이는 루터교회가 가진 보편적 교회 이해와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루터교회의 전통이 현대 예배 안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경험하며, 그 신선함과 깊이에 큰 만족을 표현합니다. 무엇보다 예배가 단순히 시대적 유행이나 문화적 감성에 의존하지 않고, 교회가 2천년 동안 간직해 온 말씀과 성례의 중심성을 안정적으로 이어 간다는 점을 신뢰하고 기뻐하십니다.


Q. 예술과 신앙은 목사님께 어떤 관계인가요? 실제 사역에도 활용하시나요?
A. 저는 한국 전통무용을 전공했고 오랜 기간 교회에서 찬양 사역을 맡아왔습니다. 제게 예술은 단순한 기술이나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몸과 소리로 하나님께 응답하는 기도이자 예배의 표현입니다. 루터교 전통에서 강조하는 성육신 신학, 즉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을 통해 일하신다는 고백은 제 예술적 경험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몸을 입고 오신 분’이시기에, 신앙은 단지 생각이나 감정에 머물지 않고, 몸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노인요양원 사역에서는 피아노 연주와 전통무용을 함께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언어의 차이를 넘어 몸짓과 음률을 통해 전해지는 따뜻함을 매우 진심으로 받아들이십니다. 저는 이것이 루터교 신학에서 말하는 창조 질서 안의 선물, 즉 하나님께서 주신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이웃을 섬기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고백과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루터는 우리의 모든 재능과 직업을 ‘하나님이 주신 소명(vocation)’으로 이해했는데, 저는 예술을 통해 이 소명에 응답하고 있습니다. 예술은 나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이 저에게 맡기신 사람들을 위로하고 섬기게 하시는 은혜의 통로입니다.
지금도 춤을 출 때면 그것이 단순한 움직임을 넘어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처럼 느껴집니다. 몸이 움직이는 순간, 저는 창조주 하나님께 받은 생명과 호흡을 다시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셈입니다. 루터교회는 예배를 ‘하나님이 먼저 우리에게 오시는 자리’로 이해하지만, 그 은혜에 대한 인간의 응답 역시 삶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고백합니다. 제게 있어 무용은 이러한 응답의 가장 자연스럽고 진실한 형태이며, 하나님께서 주신 몸과 예술적 재능을 통해 그분의 선하심에 감사드리는 가장 강력한 통로입니다.
Q. 다문화·여성 목회자로서 어떤 도전들을 경험하셨나요?
A.남호주 아들레이드(Adelaide) 정착 후 루터교회의 전통 예배를 접하면서 신학적으로 큰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이러한 신학적 갈망으로 University of Divinity에서 신학공부와 목회자 훈련을 거쳐 브리즈번 St. Andrew’s 루터교회 부목사로 부름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공부하던 시기만 해도 루터교 내부에서는 여성 목사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고, 지금도 일부 지역에는 그 보수적인 흐름이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저는 한국인, 유색인 여성이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때때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으로 보는 시선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목회는 하나님께서 주신 부르심이었습니다. 학업과 사역을 통해 제 리더십을 훈련했고, 설교할 때 제가 가진 한국적 시각과 신앙 배경이 오히려 많은 호주분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제공했습니다.
지금은 ‘여성’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약점이 아니라, 루터교 안의 다양성을 채우는 하나님의 도구라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저와 같이 도전을 시도하려는 분들에게도 분명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Q. 루터교 내 다양성을 위한 비전은 무엇인가요?
A. 저는 더 많은 여성 목회자, 그리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목회자들이 배출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루터교회는 보수적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후배들이 더 쉽고 자연스럽게 걸어갈 수 있도록 제가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루터교회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시기에 오히려 기회를 얻었던 것처럼, 지금이 바로 더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때라고 확신합니다. 이 자리는 단지 ‘내 자리’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믿습니다.
Q. 교회에 최근 추모당(Columbarium)이 생겼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A.우리 교회에는 최근 성도들의 안식처가 될 추모당이 새롭게 조성되었습니다. 이 추모당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신앙의 선배들이 생전에 사랑했던 교회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도록 마련된 자리입니다. 브리즈번 시티 내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영구 보존되는 St. Andrew’s 교회 건물처럼, 추모당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영원한 약속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 됩니다.
교회는 곧 삶과 죽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곳입니다. 성도들이 부모님의 유골함을 지나 예배당으로 들어올 때, 그 순간 하나님이 우리의 삶과 죽음 전체를 돌보신다는 사실을 다시금 기억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추모당은 St. Andrew’s 교회에 매우 특별하고 의미 있는 사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Q. Aged Care 채플린 사역은 목사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A.호주 루터교회는 약 160여 개의 명문 사립학교와 30여 개의 노인 요양 시설을 운영하며, 1,000명 이상의 목회자와 채플린이 섬기는 대규모 교단입니다. 저는 유색인 최초의 여성 채플린으로 사역을 시작한 이후, 노인 요양원에서 많은 사역을 담당해 왔습니다. 이 일은 삶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분들 곁에서 함께하는 귀한 사역입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시간은 제 자신에게도 깊은 변화와 성찰을 가져다줍니다. 올해는 돌아가신 분들의 가족을 모시고 추모 예배를 진행했는데, 그 시간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위로와 부활의 소망을 전하는 매우 귀한 자리였습니다. 저는 매일 죽음의 문 앞에서도, 복음은 여전히 사람을 살린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습니다. 장례식 예배를 인도하며 남겨진 가족과 함께 슬픔을 나누고 영원한 생명의 소망을 선포하는 것이 바로 저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임을 깨닫습니다.
Q. 후학 양성에 관심이 크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가치를 전하고 싶나요?
A.신학의 핵심은 결국 ‘하나님은 누구이신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세례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삶을 약속하지만, 정작 그 하나님이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루터교회가 가진 전통 예배의 의미와 더불어, 왜 우리가 그러한 예배를 드려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토대를 다시 세우는 신학을 전하고자 합니다.
또한 루터교 신학의 핵심인 복음을 일상의 삶 속에서 경험하도록 돕는 실천적인 교육을 꿈꾸고 있습니다.
Q. St Andrew’s 교회가 앞으로 어떤 공동체가 되길 바라시나요?
A.이민 사회에서 교회는 단지 영적인 공간이 아니라, 지치고 외로운 이들에게 참된 쉼이 되는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St. Andrew’s 교회는 한국어와 영어 예배뿐 아니라 개방형성경공부, 아트 클래스 등 다양한 사역을 통해 지역 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교회가 신앙적 위로뿐만 아니라 문화적, 정서적, 그리고 삶을 아우르는 전인적인 돌봄까지 제공하는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St. Andrew’s Lutheran Church
(브리즈번 시티교회)
25 Wickham Terrace, Brisbane C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