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올해 28살이고, 현재 호주에서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진정빈입니다. 전공은 전자공학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어요.
Q. 원래부터 해외 생활에 관심이 있었나요?
네. 호주 오기 전에 약 40일 정도 혼자 유럽 여행을 했는데, 그때가 정말 인생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어요. 혼자였는데도 전혀 외롭지 않았고, 다양한 나라의 문화도 직접 보고, 모르는 사람들과 영어로 스몰톡을 하는 것도 너무 재밌었어요.
그 경험 이후로 “언젠가는 꼭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죠.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여행도, 해외 생활도 다 막혀버렸고요. 조금 미루어 졌지만 다시 꿈꾸던 해외 생활을 해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Q. 전공은 전자공학이었는데, 진로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전자공학이 적성에 맞는지도 모르겠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불안도 컸어요. 수학은 좋아했지만, ‘이 길이 정말 맞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죠.
그러다 “차라리 해보고 싶은 걸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고, 원래 관심이 많았던 마케팅과 콘텐츠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됐어요. 연예 산업에도 관심이 있어서 CJ 관련 인턴·계약직으로 유튜브 채널 운영 업무도 했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TVING 서포터즈 활동을 시작으로, 유튜브 채널 관리 업무를 했어요. 영상 제목 정하고, 콘텐츠 리뷰하고, 채널 분석도 했고요.
어떤 연령대가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 유입이 피드에서 왔는지, 추천 영상에서 왔는지 같은 것도 분석했어요. 여러 커뮤니티를 찾아보면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고요.
1년 3개월 정도 일했는데, 실무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Q. 그러다 왜 호주를 선택하게 됐나요?
회사 일을 그만두고 나서, 예전부터 있던 해외에 대한 갈증이 다시 커졌어요. 주변에서는 걱정도 많이 했죠.
“이제 나이도 있는데”, “경력 끊기면 어떡하냐” 같은 말도 들었고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더 늦기 전에 가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 공부도 좋아했고, 넷플릭스 같은 미드 보는 것도 좋아했고요. 화상 영어도 조금 해봤는데, 완벽하진 않아도 영어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사라진 상태였어요.



Q. 호주에 와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일자리를 잡는게 힘들었어요. 카페 지원하면서 트라이얼도 정말 많이 봤어요. 이틀 일하고 연락 없는 적도 있었고, 집에 가면서 운 적도 있어요.
“캐주얼은 돈은 많이 주지만 이렇게 쉽게 자르는구나…” 싶어서 처음엔 정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호주 문화에 조금씩 익숙해 지는 것 같습니다.
Q. 한국에서는 카페 경력이 있었나요?
네, 한국에서 카페에서 5년 정도 일했어요. 호주에서 처음일할 때 라떼아트도 준비해서 갔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까 영어도 안 되고, 라떼아트도 긴장해서 잘 안 나오고… 적응하는 데 한 달 넘게 걸렸어요.
Q.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요?
주문 받는게 생각 보다 어려웠어요. 특히 특정 음식을 빼달라는 것들이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어 손님이 “hard egg”라고 했는데, 제가 “hot egg”로 잘못 알아듣고 반숙으로 내보낸 적이 있었어요. 그 손님이 덜 익은 계란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죠. 그 이후로 “well-done egg”, “hard-boiled egg” 같은 표현도 따로 공부하고, 재료도 하나하나 외웠어요. 실리악(celiac) , 글루텐, 넛츠 프리 등 요구 사항이 정말 많아서 처음 한두달은 매일이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Q. 호주에서 카페 취업하려는 분들께 팁을 준다면?
- 이메일보다 무조건 워크인(Walk-in)
직접 이력서 들고 가는 게 훨씬 확률이 높아요. - 자신감 있는 척이라도 하기
긴장돼도 “I can do it”이라는 태도가 정말 중요해요. - 기본 영어는 꼭 준비
손님 응대는 바로 해야 하니까요. - 서빙부터 시작해도 괜찮음
올 라운더 → 캐셔 → 바리스타로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어요. - 자격증은 크게 중요하지 않음
경력이 있으면 훨씬 도움 돼요.
그리고 호주 워홀이 쉽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절대 쉽지 않아요.
Q. 호주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자유로움이요.
남 눈치 안 보고, 옷이나 머리색, 인종, 성격 다 다양해서 그냥 “나답게” 살아도 되는 느낌이에요.
카페에서 일하면 자연스럽게 아침형 인간이 되고, 일 끝나고 공원 가서 쉬고, 운동하고… 워라밸이 정말 좋아요.
한국에서는 늘 바쁘고,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그런 시간이 생겼어요. 길거리 벤치에 그냥 앉아 있는 것도 좋고요.
Q. 농장 일과 세컨 비자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번다버그에서 농장 일을 하려고 갔는데, 1주일이면 시작할 줄 알았던 게 3주를 기다리게 됐어요. 너무 불안해서 친구가 있는 선샤인 코스트로 옮겼고, 거기서 세컨 비자를 땄어요.
그때부터 호주가 그냥 “외국”이 아니라 “집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Q. 영어 실력은 어떻게 늘렸나요?
완벽하진 않아요. 지금도 계속 공부 중이에요.
스피킹보다 리스닝이 더 어려워요. 못 알아들으면 두세 번 다시 물어봐야 하는 게 아직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영어 자막으로 넷플릭스 보기, 무조건 외국인과 쉐어하기, 일상적으로 영어 사용하기, 외국인 친구들 만들기 등을 의도적으로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은요?
요즘 고민하는 건 세 가지예요. 마케팅 & 콘텐츠 전공으로 학교 진학, 어릴 적 꿈이었던 페이스트리 셰프, 차일드케어(영주권 루트) 등이 있는데 확정된 목표는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는 생각이에요.
Q. 마지막으로, 해외를 고민하는 분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
저도 처음엔 “너무 늦은 거 아닐까?”라는 생각 많이 했어요. 부모님 반대, 영어 걱정, 경력 걱정… 다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안 하고 후회하는 게 훨씬 크더라고요. 조금 무섭고 불안해도,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꼭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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