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 인터뷰
한준호 씨는 호주에 온 지 어느덧 7~8년이 됐다. 처음 호주에 오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피에 가까웠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한국에서는 집안 가업을 이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꼭 한 번은 해외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께는 1년만 있다 오겠다고 했는데… 벌써 7년이 넘으면서..
처음에는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호주 생활에 대한 평가는 돌아보면 “긍정적이다”, 그리고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어 좋았다” 이 두 가지였어요.
한국에서는 남들과 비교하는 방식의 삶에 익숙했고, 저도 그 비교 대상 중 하나였어요. 그게 너무 싫었는데, 호주에서는 그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것 같아요.
운 좋게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서 더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즐겁게만 살아도 되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농장 일, 타투, 그리고 사진 촬영… 방향을 찾기까지
현재는 외곽 지역인 투움바에서 농장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사정이 있으면 쉬기도 할 수 있는 유연한 환경이라 좋은 것 같아요.
농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하는 올라운더”로 일하고 있지만, 제 진짜 관심은 따로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타투였습니다.
정말 배우고 싶어서 지역에 있는 숍들을 무작정 찾아가 ‘apprentice부터 해보고 싶다’고 부탁했어요. 처음에는 영어도 부족해서 수없이 거절당했지만, 다행히 태도를 좋게 봐주신 분을 만나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도 느꼈어요. 타투는 하고 싶은 일이긴 했지만,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그때 다시 시작한 것이 ‘사진’이었습니다.
취미였던 사진, 직업이 되다
사진은 원래 고등학생 때 취미였습니다.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어요. 일본인 친구가 카메라를 판다고 해서 제가 샀고, 다시 취미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포토그래퍼가 됐네요.
처음부터 돈을 받고 일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부탁을 받아 찍어주고, 소개를 받으면서 점점 유료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과장 조금 보태서 500번은 거절당했습니다
지금의 기회를 만들기까지 가장 큰 원동력은 계속해서 문을 두드린 단순한 행동이었습니다.
모델들에게 테스트 촬영 요청을 계속 보냈어요. 과장 조금 보태서 정말 500번은 거절당한 것 같아요. 답장이 없는 경우도 많았고, 답장이 와도 대부분 거절이었습니다.
그래도 크게 개의치 않고 계속 연락을 했고, 한두 명이 승락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올리니까 그들의 지인들이 또 연락을 주고… 그렇게 조금씩 기회가 늘어났어요.
현재는 한 모델 에이전시에서 꾸준히 촬영 기회를 받고 있습니다.
제가 영어도 부족하고 결과물에 자신감이 떨어질때, 에이전시 대표에게 “왜 계속 기회를 주시냐”고 물었더니, “매번 번 결과물을 위해 고민하는 태도와 결과물이 맘에든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영어 못해도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저는 지금도 영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호주에 처음 왔을 때는 정말 Yes, No밖에 못했어요. 지금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국 친구들에게 제 영어는 ‘브로큰 잉글리시’라고 먼저 말합니다.
하지만 영어는 잘하면 플러스일 뿐, 못한다고 해서 마이너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보다 더 중요한 건 적극성이라고 느꼈습니다.
영어가 부족하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맞춰주고, 그렇게 계속 시도하다 보면 조금씩 늘게 됩니다.
직접 경험해보니 영어보다 중요한 건 결국 “그냥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료 촬영에서 시작해, 지금은 유료 작업까지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한 후, 처음에는 무료로 정말 많이 찍어드렸습니다.
하지만 촬영 1시간, 편집 5시간, 이동 시간까지 고려하면 계속 무료로는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포토그래퍼를 꿈꾸는 분들에게는 초반에 ‘시간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돈보다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보여주고, 기회를 얻기까지 그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호주에서는 기회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는 유료 작업만 진행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3년은 버텨야 합니다
저는 어떤 일이든 최소 3년은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포토그래퍼의 경우 1년은 거의 브랜딩 기간입니다.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만들고, 그 방향성을 SNS로 보여주는 시간입니다.
지금은 주 7일을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매일 사진만 하는 건 아니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를 거절했던 사람들이 다시 연락 오는 것, 그게 큰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도시보다 외곽, 그리고 삶의 여유
현재는 투움바에 살고 있습니다. 시티가 아닌 외곽을 선택했는데, 비자 때문에 시작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외곽에 살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도시에서 살았기 때문에, 호주까지 와서 다시 도시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제는 아침에 새소리를 듣고, 조깅할 때 사람들이 인사해주는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가 너무 익숙하고 좋습니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
장남으로서의 책임감도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처음 호주에 올 때 아버지가 많이 서운해하셨어요. 금방 돌아올 줄 아셨는데… 벌써 7~8년이 됐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부모님께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단기 목표
앞으로 1~2년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분명합니다.
커플, 기념일 사진처럼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촬영을 전문으로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만큼은 “가장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호주에 오거나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도전하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조금만 더 용기를 내서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계속 부딪혀 보면 문턱은 점점 낮아집니다.
모두 파이팅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