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러로 공방에서 일하기 까지
“처음엔 그냥 한 번 살아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 인생의 완전히 새로운 챕터가 열린 느낌이에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줄곧 같은 도시에서만 생활해온 한 여성은,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선택 앞에 서게 됐다.
도예를 전공하고 미술관에서 일하던 정아현(26) 씨는 친구의 한마디를 계기로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했다. 지금은 호주 브리즈번의 도예 공방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정아현입니다. 26살이고 현재 호주에서 학생비자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도예과를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구청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에서 직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그림보다는 직접 형태를 만들고 완성해가는 과정이 더 재미있었고, 자연스럽게 도예를 전공하게 됐습니다.
Q. 호주에는 어떤 계기로 오게 되셨나요?
정말 예상하지 못한 결정이었어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갑자기 “같이 호주 가보자”는 말을 했어요. 그 한마디가 계기가 됐습니다.
처음에는 깊게 고민했지만, 결국 “지금 아니면 이런 경험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결심하게 됐죠.
부모님께 말씀드릴 때도 갑작스러웠지만, 아버지는 평소에도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이해해 주시는 편이라 제 생각을 차분히 말씀드렸고, 어머니도 결국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셨어요. 그 순간의 결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Q. 처음 호주에 도착했을 때 생활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워홀러로 호주에 온다면 많이 거쳐 가는 한식당 일을 했어요. 한인 구인 사이트를 통해 일을 구하면서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래도 내 전공인 도예관련된 일을 호주에서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 브리즈번에 있는 공방들을 연락하며 구인 공고가 없는데도 많이 지원을 했어요.
Q. 도예 공방 일자리는 어떻게 찾으셨나요?
앞서 말씀 드린 것 처럼 사실 도예 공방은 일반적인 구인 공고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기다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글에서 ‘ceramic studio’, ‘pottery studio’ 등을 직접 검색해서 공방들을 하나씩 찾아봤어요. 그리고 3곳에 먼저 이메일을 보냈는데, 놀랍게도 모두 답장이 왔습니다.
그중 2곳은 직접 찾아가서 면접까지 봤어요. 결국 그렇게 해서 공방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확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될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Q. 현재 일하고 있는 공방은 어떤 곳인가요?
현재 공방은 원데이 클래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하루 동안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보는 체험형 수업이 주된 프로그램입니다. 흙을 만지고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뿐 아니라 그림이나 간단한 아트 활동도 함께 진행해 보다 가볍고 즐겁게 도예를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수업을 직접 맡지는 않았지만, 점차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책임감도 커지고 있어 현재는 영어 수업 준비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SNS를 시작하며 호주의 도예 관련 콘텐츠를 올리게 되었는데, 예상보다 한국분들의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공방 사장님께 말씀드렸더니 한국어 물레 클래스를 제안해 주셨고, 그렇게 한국어 클래스를 열게 되었습니다.
직접 수업을 맡게 되면서 부담감도 생겼지만, 스튜디오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 스튜디오는 시티에 위치해 있어 다양한 분들과 함께 도예를 나누고 있습니다.
Q. 호주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차이는 무엇인가요?
문화적인 차이를 가장 많이 느꼈어요.
호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각자의 일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누가 바쁘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구조라기보다는,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는 느낌이에요.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방식에도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고객들은 정말 따뜻했어요. 영어가 부족한 제가 수업을 이끌어도 끝까지 경청해 주고 기다려주고, 작은 작업 하나에도 칭찬을 많이 해 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 경험들이 자신감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Q. 학생비자로 전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워킹홀리데이 이후에도 호주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이 환경이 저와 잘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늘 빠르게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호주에서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살아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하는 작업 자체를 인정받는 경험이 좋았습니다.
도예를 전공했다고 하면 한국에서는 “그래서 뭐 할 거야?”라는 질문이 먼저 나오지만, 여기서는 “잘한다”, “멋있다”는 반응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 차이가 저에게는 꽤 크게 다가왔습니다.
Q. 도예라는 분야는 원래 잘 맞는다고 느끼셨나요?
네, 확실히 그렇습니다. 도예를 배우면서 느낀 건, 저는 결과보다 과정이 재미있는 느끼는 사람이라는 점이었어요. 손으로 흙을 만지고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몰입되었고, 완성됐을 때의 성취감도 컸습니다. 그림보다는 훨씬 저에게 잘 맞는 작업이라고 느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는 유아교육 석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주권을 목표로 하기도 했고 원래부터 아이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선택이에요. 도예를 하면서도 “이걸 아이들과 함께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 교육과 도예를 함께 접목할 수 있는 방향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영주권 이후 도예 기반 교육 비즈니스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목표도 있습니다.
Q. 호주 생활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 인생에서 굉장히 큰 전환점입니다. 부산에서만 살던 제가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하게 됐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였어요.
지금은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Q. 마지막으로, 호주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처음부터 확실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중요한 건 “먼저 해보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겁이 많은 편이지만, 공방에 직접 연락하고, 직접 찾아가고, 먼저 문을 두드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건, 생각보다 기회는 열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움직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