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난민 및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의 연간 수용 규모를 2만 명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내년부터 수용 인원을 1만3,750명으로 줄일 것이라는 정부 내부 설명이 나오면서 노동당 안팎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지만,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직접 나서 현재 규모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혼선은 내무부 장관실이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의 수용 인원을 다음 회계연도부터 6,250명 줄일 계획이라고 확인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2023년 수용 규모를 2만 명으로 확대한 조치가 4년 동안만 예산이 배정된 임시 조치였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설명대로라면 프로그램은 과거의 기본 규모였던 1만3,750명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앨버니지 총리는 몇 시간 뒤 현재의 2만 명 수용이 정부 정책이며 향후 예산에서도 계속 반영될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그는 난민 수용 규모가 다음 예산에서 갱신돼야 하지만 호주의 인도적 책임과 국경 관리 정책을 함께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내무부 장관실의 설명을 뒤집고 감축 논란을 진화한 것이다.
노동당 내부에서는 감축안이 당내 공식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2만 명 수용이 기간이 정해진 한시적 정책이라고 이해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노동당은 최근 전국대회에서도 단기적으로 2만 명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2만7,000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지향한다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난민 지원단체들은 감축 가능성이 알려지자 강하게 반발했다. 호주가 분쟁과 박해를 피해 온 사람들에게 제공해온 정착 기회를 축소하는 것은 기존 약속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인도적 프로그램은 전체 순해외이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6,250명을 줄여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이민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호주의 난민 수용 규모는 일반 기술이민이나 가족이민과 별도로 운영된다. 인도적 프로그램에는 해외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과 특별한 인도적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 포함된다. 호주는 2022년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응해 수용 규모를 1만7,875명으로 늘렸고, 2023년에는 연간 2만 명으로 확대했다.
이번 논란은 정부가 전체 순해외이민을 현재 약 30만 명에서 2028년까지 22만5,000명으로 낮추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이미 일부 워킹홀리데이 비자 처리를 늦추고 해외에서 신청하는 기술비자보다 호주 안에서 일하고 있는 신청자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이민 규모를 둘러싼 정치권의 압박도 계속 커지고 있다.
그러나 난민 수용과 경제 목적의 이민을 같은 방식으로 줄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노동당 내부와 시민단체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난민 프로그램은 노동시장 수요보다 국제적 보호 책임을 기준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체 이민 감축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입국 기회를 줄인다는 인상을 줄 경우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이번 총리의 개입으로 당장의 감축은 철회됐지만 향후 예산에 2만 명 규모가 실제로 반영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의 정원뿐 아니라 비자 처리기간과 정착지원 예산, 지역별 배치 여건도 실질적인 수용 능력에 영향을 준다. 발표된 숫자가 유지돼도 행정처리와 지원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으면 난민과 지역사회 모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호주에 거주하는 이민자와 다문화 공동체에도 이번 결정은 중요한 신호다. 정부가 강한 이민 감축 여론 속에서도 인도적 프로그램을 별도로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다만 하루 사이 정부 설명이 바뀐 과정은 정책 조율과 의사소통에 대한 신뢰 문제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