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부동산 세제 변화로 투자자들이 한발 물러선 사이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이 다시 대출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주택대출 중개업체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첫 주택 구매자의 대출 신청은 7월에 3% 감소한 뒤 8월 상반기 주간 평균 기준으로 10% 반등했다. 6월과 비교해 대출 신청이 늘어난 집단은 사실상 첫 주택 구매자가 유일했다.
전체 주택대출 수요는 약해지고 있다. 6월 분기 대출 수요는 직전 분기보다 5.4% 줄었다. 투자자 대출 건수는 계절조정 기준 8.6% 감소했지만 첫 주택 구매자 대출은 2.9% 줄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뉴사우스웨일스와 수도준주에서는 첫 주택 구매가 전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와 태즈메이니아에서는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시장 분위기를 바꾼 핵심 요인으로는 정부의 5% 보증금 제도가 꼽힌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첫 주택 구매자는 주택가격의 5%만 마련하고 최대 95%까지 대출받을 수 있으며, 정부 보증을 통해 대출기관 모기지보험 비용을 피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증금이 20%보다 적으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어 초기 진입비용이 크게 낮아진다.
제도 이용자들은 중간 수준의 보증금과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평균 1만5,000달러 이상을 절약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제도 도입 이후 32만 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주택을 구입했으며, 7월 말까지 절감한 모기지보험료는 모두 25억 달러를 넘었다. 제도가 확대된 이후에는 매달 5,000건 안팎의 신규 보증이 발급되고 있다.
구매 수요는 정부 보증을 받을 수 있는 가격 상한선 주변에 집중되고 있다. 도시지역 기준 상한은 뉴사우스웨일스 150만 달러, 남동부 퀸즐랜드 100만 달러, 멜버른과 질롱 95만 달러, 애들레이드 90만 달러, 퍼스 85만 달러, 호바트 70만 달러다. 정부가 2025년 10월 소득 제한을 없애고 제도를 확대하면서 대상자가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수요 집중은 가격 하락기에도 특정 구간의 주택가격을 지지할 수 있다. 전체 시장의 주택가격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 보증 대상이 되는 주택은 상한선을 넘는 주택보다 가격 하락폭이 작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넓어진 것처럼 보여도 인기 지역의 상한선 이하 주택에는 경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형 은행의 영업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3월부터 5% 보증금 제도를 취급하기 시작한 ANZ는 6월 분기에 주택대출 신청금액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유일한 대형 은행으로 나타났다. 첫 주택 구매자 유입이 다른 고객층의 감소를 상쇄했으며, 현재 ANZ의 신규 대출 신청 20건 가운데 약 1건이 제도 이용자다.
다만 5%의 낮은 보증금은 높은 대출비율을 의미하므로 금리 상승과 가격 하락에 더 민감할 수 있다. 초기 비용을 줄여 주택시장에 빨리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월 상환액과 비상자금까지 충분히 계산해야 한다. 특히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최대 승인금액을 모두 쓰기보다 한두 차례 금리가 더 올라도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도의 혜택이 커도 모든 주택이 같은 조건으로 대출되는 것은 아니다. 참여 금융기관과 신청자의 신용도, 소득 안정성, 기존 부채에 따라 승인 여부와 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일부 위험을 보증하더라도 차주는 원금과 이자를 전부 상환해야 한다. 인지세와 법률비용, 건물검사비, 이사비, 보험료처럼 보증금 외에 필요한 현금도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아파트라면 관리비와 특별부과금, 단독주택이라면 유지보수비까지 월 예산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첫 주택 구매자가 늘고 투자자가 줄어드는 변화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금리와 임대시장 상황에 달려 있다.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 매매가격에는 하락 압력이 생길 수 있지만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 임대료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실수요자가 임차에서 자가로 이동하면 일부 임대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정책의 최종 결과는 단순한 대출 건수보다 신규 주택 공급과 임대 매물, 지역별 인구 이동을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