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주택대출 시장이 빠르게 식으면서 대형 은행들의 성장성과 높은 주가 평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웨스트팩의 6월 분기 주택대출 신청은 20% 감소해 대형 은행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 투자자 수요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은행들이 가장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여겨온 주택담보대출 부문이 압박을 받고 있다.
호주 4대 은행은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주택대출 시장에서 70% 이상을 차지한다. 시장 지배력이 크기 때문에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익을 늘릴 수 있었지만 신규 대출 수요가 줄면 상황이 달라진다. 제한된 고객을 놓고 은행 간 경쟁이 심해지면 금리 할인과 현금 혜택, 수수료 인하가 확대돼 순이자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은행 주가는 여전히 해외 대형 은행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실적 발표 이후 호주 대형 은행의 주가수익비율은 약 16.2배에서 24배 사이로 나타났다. 주요 해외 은행의 14~15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4대 은행 가운데 세 곳의 주가는 2~12% 하락했지만 비교 대상 해외 은행들은 11~30% 상승해 수익률 격차도 벌어졌다.
높은 주가수익비율은 투자자가 미래의 안정적인 이익과 배당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주택대출 증가율이 둔화하면 그 기대를 충족하기가 어려워진다. 금융권 분석에서는 은행업종의 매출 증가율이 2027년에 2.9%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비용 절감이나 비이자수익 확대가 뒤따르지 않으면 이익 증가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
대출 수요 감소는 은행마다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첫 주택 구매자 보증제도에 적극 참여하거나 특정 지역과 고객층에서 강점을 가진 은행은 시장점유율을 방어할 수 있다. 반면 투자자 대출 의존도가 높거나 기존 고객의 대환을 막기 위해 큰 폭의 금리 할인을 제공해야 하는 은행은 수익성이 더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
차주에게는 경쟁 심화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신규 대출이 줄어들수록 은행은 우량 고객을 유치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더 나은 금리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 대출자는 자신의 금리가 신규 고객 금리보다 얼마나 높은지 확인하고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금리가 전체적으로 높은 상황에서는 소폭의 할인만으로 상환 부담이 크게 줄지 않을 수 있으므로 수수료와 대환 비용까지 함께 비교해야 한다.
은행 투자자는 대출 성장률 외에도 연체율과 대손충당금을 살펴야 한다. 집값이 하락하는 동안 실업률까지 오르면 일부 차주의 상환능력이 약해지고 담보가치도 낮아질 수 있다. 현재 연체가 급증하지 않더라도 고정금리 만료와 생활비 상승의 영향이 시간차를 두고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은행이 향후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늘리면 당기이익과 배당 여력도 줄어든다.
호주 은행들은 여전히 높은 자본건전성과 거대한 예금 기반을 갖고 있어 단순한 주택대출 둔화가 곧바로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안전성보다 성장성과 가격에 쏠리고 있다. 대출 증가가 둔화하는데도 주가가 높은 평가를 유지하려면 비용 통제와 고객 확대, 안정적인 배당을 증명해야 한다. 앞으로의 은행주 흐름은 금리 자체뿐 아니라 신규 주택대출 신청과 마진, 연체율의 변화에 좌우될 전망이다.
은행의 수익은 신규 대출 규모뿐 아니라 예금 조달비용에도 좌우된다. 고객이 더 높은 예금금리를 요구하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대출금리를 충분히 높이지 못할 경우 마진이 줄어든다. 반대로 대출 경쟁이 약해져 은행이 금리 인하 폭을 제한하면 마진을 방어할 수 있지만 고객 이탈 위험이 커진다. 결국 예금과 대출 양쪽에서 고객을 지키기 위한 가격 경쟁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주택대출 둔화가 이어지면 은행들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결제, 보험 등 다른 사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화와 인공지능 도입을 통한 인력·운영비 절감도 더 중요해진다. 다만 비용 절감이 고객서비스 악화나 시스템 위험으로 이어지면 규제비용과 평판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은행주를 평가할 때 높은 배당수익률만 보기보다 대출 성장의 질과 예대마진, 비용 증가율, 자본비율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