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경제가 시장의 예상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다소 줄었다. 그러나 성장률이 높아진 것이 가계에 곧바로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버티면 물가를 낮추려는 중앙은행의 부담이 커지고,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국민계정에 따르면 호주 국내총생산은 6월 분기에 전 분기보다 0.4% 증가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2.1% 늘었다. 시장이 예상했던 분기 0.3%, 연간 1.8%를 모두 웃도는 결과다.
정부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호주 경제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견조한 성장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성장의 중심에는 가계 소비와 주거 관련 지출이 있었다. 자동차, 특히 전기차 구매와 주택 건설·개보수 관련 활동이 경제를 떠받쳤다. 높은 금리와 생활비 부담 속에서도 소비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점은 고용과 기업 매출에는 긍정적이다. 반면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수요가 충분히 식지 않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금융시장은 발표 직후 금리 전망을 빠르게 바꿨다. 9월 말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약 70% 수준까지 높아졌고, 11월까지 한 차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사실상 전면 반영됐다. 현재 4.35%인 기준금리가 내년 중반 4.8%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경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보다 물가 압력이 충분히 약해지지 않았다는 점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성장률의 질을 보면 낙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인구 증가를 감안한 1인당 국내총생산은 제자리걸음을 했고, 노동생산성도 개선되지 않았다. 시간당 실질 생산은 1년 전보다 낮고 과거 고점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져 있다. 전체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개인이 체감하는 생활 수준이나 생산 효율이 같은 속도로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임금과 비용이 생산성보다 빨리 오르면 기업은 가격을 올리거나 채용을 줄일 수 있어 물가와 고용 모두에 부담이 된다.
가계에는 상반된 영향이 예상된다. 성장세가 유지되면 일자리와 소득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가구는 금리 상승 위험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가도 변동금리 대출의 월 상환액은 즉각 늘어난다. 이미 여러 차례 인상을 견딘 가구에는 작은 폭의 추가 인상도 소비를 줄이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업 역시 차입 비용이 오르면 설비투자와 신규 채용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
향후 핵심은 성장 자체보다 물가와 생산성의 방향이다. 소비가 유지되면서 물가가 안정된다면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지만, 강한 수요와 낮은 생산성이 겹치면 중앙은행은 추가 긴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성장률은 호주 경제가 급격히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인 동시에, 금리 인하를 기대해 온 가계와 기업에는 기다림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