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15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장중 금리는 5.16%를 기록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국채는 정부가 자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지만, 그 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정부 재정비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금융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국채금리 상승은 채권 투자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실제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물가가 앞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고정된 이자를 지급하는 기존 채권의 매력은 떨어진다.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면 가격이 내려가고, 새 투자자를 끌어오기 위해 수익률은 올라간다. 최근 호주 채권 매도세는 국내 물가 우려와 세계적인 재정 불안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다. 일본, 영국,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도 함께 오르면서 이번 움직임이 호주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됐다.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압력이 생긴다. 변동금리는 기준금리와 단기 시장금리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지만, 장단기 금리가 함께 오르는 상황에서는 신규 대출자와 재융자를 검토하는 가구 모두 선택지가 줄어든다. 은행이 공식 기준금리 인상 전에도 고정금리를 올리거나 할인 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에도 부담이다. 호주의 총 국가부채가 1조 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새로 발행하거나 만기가 돌아온 부채의 금리가 높아지면 이자 지출이 늘어난다. 이자 비용이 커지면 의료, 교육, 사회기반시설과 같은 공공서비스에 쓸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 기업 역시 회사채와 은행대출 비용이 올라 투자 계획을 미루거나 소비자 가격에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 불안의 배경에는 인플레이션과 막대한 세계 부채가 있다. 미국 정부부채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주요국 정부와 인공지능 관련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동시에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한정된 자금을 놓고 경쟁이 심해지면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은 높아진다. 에너지 가격과 지정학적 긴장도 물가 기대를 자극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오래 높은 수준에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계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국채금리가 하루 이틀 움직인 수준보다 높은 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는 구조로 바뀌는지 여부다. 장기금리가 안정되지 않으면 기준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주택대출 금리가 과거처럼 빠르게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 이번 국채시장 움직임은 저금리 시대의 복귀를 당연하게 가정하기보다, 대출 규모와 상환 여력을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