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역사상 처음 비 영국계 당선
지난 21일 호주 총선결과 8년 만에 집권당 교체가 이루어졌다. 야당 지도자인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는 앞으로 총리직을 맡으며 호주 전반의 살림을 이끌게 되었다. 스콧 모리슨 전총리는 자신이 이끌어온 자유·국민 연합 대표직 사임 의사도 밝히면서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번 선거는 8년 9개월 만에 호주 집권 여당이 바뀐것으로 호주 역사상 처음으로 비 영국계 총리가 탄생한 것이다. 이번에 당선된 알바니즈 총리는 이탈리아계로 중도 좌파의 성향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그는 한부모 가정에서 태어나 빈민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최저임금, 주택 지원 등의 약속에 대해서 유권자들이 믿음을 보낸 측면도 있다. 또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기후 변화에 대한 이슈였다. 호주는 최근 3년간 기록적인 산불과 홍수로 500여 명이 숨지고 동물 수십억 마리가 목숨을 잃었으며 피해는 점점 악화 되었다.
하지만 스콧 모리슨 자유당 총리는, 기후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기후 정책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는 지난 2020년 최악의 산불 위기 때는 하와이로 휴가를 떠나 빈축을 사기도 했었다.
이번 선거에서 자유-국민 연합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6% 줄이겠다고 공략했고 노동당은 43% 감축을 약속했다. 하지만 노동당의 기후 대응도 국제 기준은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래도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기후 대응에 적극적인 노동당, 녹생당 그리고 무소속 후보에도 많은 표를 줬다.
호주 ABC방송에 따르면 선거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가장 큰 관심사로 기후변화(29%)를 꼽았고 생계비 문제(13%)는 두번째였다. 국방이라고 답한 국민은 4%에 불과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스콧 모리슨 총리는 대부분의 일상을 회복한 이후 인플레이션 등 만만찮은 경제 상황과 기후 대응이 주요 이슈였다. 노동당은 아동·노인 돌봄 지출 상향조정, 저임금 노동자 임금 인상 지원, 제조업 활성화, 신규 주택 구매 시 가격의 최대 40% 정부 보조 등의 공약을 제시했었고 그 의견에 조금더 동의를 해 준것이다. 하지만 자유, 연합은 안보에 조금더 치중한 캠페인을 벌였었다. 노동당을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색깔론을 제기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사진을 걸고 다니는 노동당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주요 관심에 국방은 4%에 불과했다.
앤서니 알바니즈 신임 총리는 입장 표명을 하면서 공공주택에서 자랐고 장애연금을 수급한 비혼모의 아들이 위대한 나라의 총리가 된 것만으로도 젊은 층에게 많은 힘이 될 것이라며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제 국민들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공동의 목표로 나아가기를 원한다며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통합이며 나는 국민들을 그 길로 이끌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언론들도 앤서니 알바니즈의 자란 배경이 많은 호주 국민들의 표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면서 모리슨 총리가 사회 통합을 외면하고 우경화 정책을 고집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반면 앨버니즈 총리는 혁명이 아닌 개선을 외치며 안정적 변화를 원하는 표심을 자극했다.
아시아계 당선자 3명→6명
지난 21일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특징적인 것은 아시아계 당선자의 약진이다. 이번 선거에는 모두 6명이 아시아계 당선인으로 지난 2019년 총선 보다 두배 증가한 것이다. 하원 151석 중 총 6곳이 아시아계가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트남계 다이 리 후보와 타밀계 미쉘 아난다-라자, 중국계 셀리 시토우와 샘 림, 스리랑카계 카산드라 페르난도, 인도계 자네타 마스카레나스 등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다이 리 당선자는 시드니 남서부 파울러 지역구에서 노동당의 거물급에 승리하면서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리 당선자는 트위터에 온 가족이 살아남기 위해 난민선을 타고 바다위를 떠돌다가 호주에서 새로운 삶을 재건했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당선된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의도적으로 다문화 유권자가 많은 경합 지역구를 중심으로 아시아계 후보공천을 늘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