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Weekly – 퀸즐랜드 일요신문

[더 인터뷰] 이제 ‘졌잘싸’ 말고 이기는 경기를 권순우 호주오픈 2회전 인터뷰

권순우(54위)가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4시간 30분 가까운 접전 끝에 아쉽게 탈락했다.

권순우는 19일 멜번 파크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데니스 샤포발로프(14위·캐나다)에게 2대3(6-7 7-6 7-6 5-7 2-6)으로 역전패했다. 이날 권순우가 상대한 샤포발로프는 지난해 윔블던 4강까지 올랐고, 2020년 9월 세계 랭킹 10위에 올랐던 선수다.
2020년 US오픈 2회전에서 샤포발로프에 당한 1대3(7-6 4-6 4-6 2-6) 패배 설욕을 노린 권순우는 이날 3세트까지 2대1로 앞서며 3회전 진출 가능성을 부풀렸으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분패했다.
아래는 2회전 경기 후 권순우와 단독 인터뷰


-4시간 25분간 5세트 선전했다. 경기 소감은
=항상 경기는 진다고 생각하고 들어가지 않는다. 부담감 없이 하려고 했다. 경기를 하다 보니 경기 시간이 많이 길어졌다. 예전 같으면 체력적인 부분에서 많이 힘들었는데 오늘은 체력적으로 할 수 있었다.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굉장히 많은 것을 얻은 경기였다.

-왼손 강서버 포핸드 강타자 샤포발로프를 만나서 좋은 경기 했는데 상대 평가를 해달라. 오늘은 무엇이 통하고 무엇이 막혔는지
=샤포발로프와 2년전 US오픈에서 경기를 했다. 랭킹이 높다고 하지만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고 코트에 들어간다. 샤포발로프는 4세트까지 스트로크가 많이 불안해 보였다. 그걸 좀 캐치해서 끈질기게 붙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에서 아쉬웠다. 5세트에서 샤포발로프의 스트로크가 잡혀 나로서는 어려움을 느꼈다.

-상대가 5세트 경기 경험이 훨씬 많아 보인다.
=아무래도 몇 번 더 있을 것 같다.

-이번 경기를 통해서 배운 점은
=아쉬운 점들이 굉장히 많았다. 제일 중요한 순간에 하지 말아야 할 샷을 했는데 그것이 옛날부터 있었던 버릇이었다. 이번 경기를 통해서 그 부분들이 많이 고쳐질 것 같다. 경기를 이기고 싶었던 간절함도 있었고 그만큼 많이 아쉬웠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습관을 버릴 것 같다. 보완해야 할 점들을 이제 확실히 찾은 것 같다.

-원래 있었던 습관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랠리가 오래되어 상대방이 발리로 들어왔을 때 로브를 구사하는 버릇이 있다. 그동안 그것으로 득점도 하고 재미도 봤다. 옛날부터 가진 버릇들이었는데 사실 오늘 4세트에서도 브레이크 포인트 찬스에서 로브를 하나 띄운 게 있었는데 사실 로브를 안 띄우고 크로스로 쳤으면 끝났을 경기였다. 그 상황이 제일 아쉬웠다. 그것이 이기냐 지느냐를 좌우했다. 그동안 대부분 상대한 선수들에게 그 정도 수준에서 통했고 득점으로 연결됐는데 이번에는 그것이 결정적인 순간에 통하지 않았다.

-그라운드 스트로크는 아주 인상적이고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를 하는데 본인의 스트로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나
=다른 선수들이랑 비교했을 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직 더 보완해야 될 점들이 더 많다.

-지금 현재 권순우 팀에게 꼭 필요한 게 있다면
=지금 너무 좋다. 유다니엘 코치, 김태환 트레이너 모두 좋다. 투어를 다니다 보면 한국도 못 들어가고 외국에서 있게 되는데 힘든 부분이 많다. 지금 코치와 트레이너와 함께 있으면 계속 힘을 받는 느낌이 든다. 계속 힘이 나고 마음이 아주 편하다. 투어 다니는 데 있어서 전혀 힘든 것도 없어지고 친구처럼 잘해주니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죄송하다. 계속 오래 가고 싶은 그런 팀 구성이다.

-1회전 때 경기장보다 오늘 경기장이 커서 못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 한국 교민들이 많이 와서 응원을 했다.
=응원을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하다. 힘든 경기를 하고 있는데 큰 힘이 됐다. 중간중간 포효할 순간도 있고 흥분하다 보면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한국 교민들이 응원을 크게 해 주셔서 힘이 됐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한국에도 중계가 됐는데 방송을 시청한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항상 응원을 많이 해 주신다. 이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말고 이기는 경기를 좀 보여드려야 되는데 항상 중요한 순간 때마다 ‘졌잘싸’ 경기가 많아서 한편으로는 너무 죄송하다. 재밌는 경기 보여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기는 경기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아쉽다.
응원해 주신 만큼 보답을 못해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고 감사하다.

-오늘 상대가 서브 에이스를 29개 기록해서 차이를 보였는데 서브 리턴을 향상하기 위한 방법은
=서브 리턴은 컨디션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서양 선수들처럼 키가 180대 후반이 되는게 아니다. 아시아 선수들이 서브를 보완한다고 해도 첫 서브 확률을 보완하는 것 말고 스피드를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선수들이 서브 세게 넣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서브에서 무리하게 하려는 것보다는 첫 서브 확률을 높이고 플레이스먼트를 많이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첫 서브 확률이 70% 정도 유지되면 거의 필승인데 그러니까 첫 서브 확률을 높인다고 해서 무조건 경기를 이기는 법은 아니다. 50위권 안 선수들은 리턴도 워낙 좋기 때문에 우리가 첫 서브 확률을 올린다고 해서 무조건 이기는 경기는 아니다.

-앞으로 보완해야 될 점들이 있다면
=버릇들인 것 같다. 서브 에이스를 많이 내줘도 중요한 순간에 다른 샷 선택을 했더라면 이겼던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서브 리턴 때문에 졌다고는 생각을 안한다.

-앞으로 세계 10위권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어떤 자신감을 오늘 얻게 됐는지
=랭킹 높은 선수들이랑 경기하면 자신감을 얻었는데 이제 그런 것보다는 이제 그 랭킹 높은 선수들한테 좀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더 높은 랭킹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이런 선수들도 이겨야 한 단계 성장한다라고 생각을 해서 다음에는 이기는 경기 보여드리겠다.

-4시간 넘는 경기를 한 적이 있나
=아니다. 4시간 반은 처음이다.

-다음 일정은
=복식 경기도 중요하니까 올인을 할 생각이다. 이제 경기장 적응을 하고 있고 복식도 투어 선수생활에서 중요하다. 복식 잘 준비하겠다.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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