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중앙은행(RBA)은 금리를 4.3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세계 주식 시장에서 수십억 달러가 증발한 하루 만에 나온 결정이다.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RBA 이사회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현금 금리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2023년 11월 이후 6번째 연속 금리 동결이다.
RBA 총재 미셸 불록(Michele Bullock)은 금리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지나치게 높다고 경고했다. 불록 총재는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이사회는 인플레이션과 고용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하기 위해 현금 금리 수준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러나 향후 전망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복귀하는 데 시간이 걸릴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한, 불록 총재는 금리 인하가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이사회가 알고 있는 상황에 근거해 볼 때, 가까운 시일 내에 현금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이사회가 고려하고 있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해외 사례에서도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경제 전반에 걸쳐 얼마나 불안정할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 수요와 공급이 더 나은 균형을 이루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RBA의 금리 정책 결정문에서 이사회는 미국과 같은 주요 경제국의 경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호주 증시에서 1000억 달러 이상이 증발한 것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사회는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며, 최근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복귀하는 과정이 느리고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사회는 데이터와 위험 평가에 의존해 결정을 내릴 것이며, 글로벌 경제와 금융 시장의 동향, 국내 수요 추세, 인플레이션 및 고용 시장 전망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인더(Finder)의 소비자 연구 책임자 그레이엄 쿡(Graham Cooke)은 대출자들이 금리 인하를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백만 명의 호주 대출자들이 급격히 증가한 월 상환금으로 인해 심각한 모기지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며 “RBA로부터 어떤 구제 신호라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무부 장관 짐 찰머스(Jim Chalmers)는 “오늘의 결정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경제가 부진하고 이전의 금리 인상이 이미 경제를 둔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진전이 차이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의 경제 계획은 경제를 파괴하지 않고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압박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모든 납세자를 위한 세금 감면과 가정 및 100만 소기업을 위한 에너지 환급을 통해 호주인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RateCity.com.au의 연구 이사 샐리 틴달(Sally Tindall)은 “지난주 인플레이션 수치가 이번 주 회의에서 RBA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제공했지만, 중앙은행과 국가 앞에는 여전히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는 서로 축하하는 대신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라며 “다음 금리 변동이 인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제학자가 많지만, 모기지를 가진 사람들은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보다 또 다른 인상을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