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7개월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호주를 포함한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이런 대세를 따르고 있다.
호주는 지난 5월 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 했는데 당시 기준금리는 0.1% 였다. 이후 꾸준히 금리를 올렸는데 특히 6월부터 9월까지 4차례 연속으로 0.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9월부터 인상 폭을 0.25%포인트로 낮추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금리 인상 기조는 변함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실업률이다. 지난 9월에도 실업률이 3.5%로 완전고용에 달하는 실업률을 기록했다. 실업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용되어 있으며 그들은 소비를 할 여력이 있다는 뜻으로, 물가상승 억제를 하지 못할 것으로 해석된다는 뜻이다.
호주는 물가 상승률이 올해 연 7.75~8.0%까지 오르며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 되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떨어지고 실업자가 늘어나야 물가가 다소 진정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필립 로우 호주 중앙은행 총재는 성명을 통해 세계 경제와 가계 지출, 임금, 물가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앞으로 금리는 더 오를 것을 예상해야 된다고 말했다. 호주 재무부도 물가상승률이 올 연말 7.75%까지 오른 뒤 점점 떨어지면서 2024년에는 물가 상승률은3.5% 수준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이 머지않아 최고치에 이르면 기준 금리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여전히 고용지표가 너무 너무 낮게 기록하고 있는 점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결정 이후 호주 주가 지수는 상승했다. 예상보다 크지 않은 금리 인상 속도로 호주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한풀 꺾였다는 해석이 주가 지수 상승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리고 4% 이상으로 점치던 기준 금리 고점 예상치는 3.9%로 소폭 하락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기준금리 인상 추세가 종료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ANZ은행의 데이비드 플랭크 경제전문가는 호주 중앙은행은 목표치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예상보다 오래 용인하는 대신 경제 안정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금리를 더 빨리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호주가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은 급격한 집값하락 등 여러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호주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주택 가격은 하락세가 계속됐다.
지난달 호주의 주요 부동산 지표 중 하나인 코어로직의 전국 주택 가격 지수는 9월 대비 1.2% 하락하며 6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별로는 브리즈번이 2.0% 하락하며 하락 폭이 가장 컸고 시드니가 -1.3%로 그 뒤를 이었다. 또 호바트(-1.1%)와 캔버라(-1.0%), 다윈(-0.8%), 멜버른(-0.8%), 애들레이드(-0.3%), 퍼스(-0.2%) 등 호주 주요 대도시들은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호주 주택 가격은 저금리가 지속되었을 지난 한해는 21%가 상승했었다.
하지만 호주 중앙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전국 주택 가격은 5월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다. 코어로직의 리서치 팀장 팀 로린스는 시드니와 멜번을 중심으로 하락 속도가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더욱 오랫동안 상승세를 유지했던 브리즈번과 멜번의 하락이 본격화 되기 시작했고 금리는 여전히 오르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하락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공영 방송에서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며 호주 실업률이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작년 7월 7.5%까지 치솟았다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끝에 지난 7월 3.4%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달 실업자 수는 9천명 늘어난 반면 새 일자리는 900개 증가되는 데 그쳐 고용 증가세는 둔화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르셀 틸리언트 애널리스트는 이번 통계가 취업시장이 활기를 잃어가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면서 호주 중앙은행은 고용시장이 조금 더 악화 되면서부터 금리 인상을 완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