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여자 브레이킹 경기에서 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가 된 비걸 ‘레이건’의 정체가 호주 명문대학의 미디어학 교수로 밝혀지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일 프랑스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에서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의 여자부 경기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일본의 비걸 ‘아미’(25, 본명 유아사 아미)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대중의 시선은 다른 선수에게로 향했다. 그 주인공은 호주 대표로 출전한 ‘레이건’(36, 본명 레이첼 건)으로, 그녀의 경기 스타일이 화제를 모았다.
레이건은 조별리그 3라운드에서 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녀는 브레이크댄스 대신 캥거루나 육식공룡을 연상시키는 동작을 선보이며 무대를 뛰어다녔고, 기술적인 스핀 동작을 시도하다가 멈추거나 땅을 짚고 헤엄치는 듯한 모습을 보여 관중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고난도 기술을 통해 고득점을 노리는 여타 선수들과 달리, 레이건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무대를 선보인 것이다.
이로 인해 레이건은 리투아니아의 ‘니카'(도미니카 바네비치·17)에게 패하며, 조별리그에서 0-54로 완패해 일찌감치 탈락했다. 심사위원들은 기술성, 다양성, 독창성, 수행력, 음악성 등 5가지 기준으로 평가했으며, 레이건의 퍼포먼스는 단 한 명의 심사위원에게도 점수를 얻지 못했다.
경기 이후 레이건의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올림픽을 보며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조롱 섞인 반응부터 “어떻게 예선을 통과했는지 궁금하다”는 의문까지 다양했다. 이에 대해 레이건은 인터뷰에서 “고난도 기술로는 다른 선수들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기술적 한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녀는 “나는 더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언더독으로서 내 이름을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이건은 호주 맥쿼리 대학에서 미디어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녀의 연구 분야는 댄스, 젠더 정치, 언어학이다. 20대 중반부터 비걸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브레이크댄스와 관련한 학술 연구도 병행해왔다.
레이건의 이력은 호주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자유국민당(LNP) 소속 제라드 레닉 퀸즐랜드 상원의원은 레이건이 브레이크댄스 문화와 젠더 문제를 연관지어 박사 학위를 받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이런 여가 활동에 국고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레이건이 보여준 퍼포먼스를 예로 들며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이 그 분야에서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모호하고 실용성이 떨어지는 연구에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박사과정을 밟는 학생들에게 연간 4만4629달러(약 6116만원)를 4년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레닉 의원은 이러한 프로그램의 지원 자격이 너무 관대해 불필요한 연구에 세금이 낭비된다고 지적하며, 브레이크댄스를 “여가활동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