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방문 중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호주 의회에서 원주민 출신의 상원의원으로부터 원주민 학살에 대한 비난을 직접 들었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캔버라 호주 의회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찰스 3세가 연설을 마친 직후, 리디아 소프(빅토리아주, 무소속) 상원의원이 “당신이 우리 민족에 대한 학살을 저질렀다”고 외쳤고, 소프 의원은 또한 “우리의 땅을 돌려달라. 훔쳐간 우리의 뼈, 아기, 사람들을 내놔라. 당신이 우리의 땅을 파괴했다. 우리는 조약을 원한다”고 강하게 외쳤다고 전했다.
경비원들은 찰스 3세에게 접근하려던 소프 의원을 제지한 후 행사장에서 퇴장조치 시켰다고 밝혔다.
소프 의원은 그동안 호주 정부와 원주민 간의 조약을 통해 영국의 식민 지배로 인한 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2022년 재선 후 취임 선서를 할 때에도 영국 여왕을 “식민 지배를 하는 여왕 폐하 엘리자베스 2세”라고 언급한 바 있다.
찰스 3세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군주제를 지지하는 토니 애벗 전 호주 총리는 이 사건에 대해 기자들에게 “유감스러운 정치적 과시”라고 비판했다.
찰스 3세는 23일 영연방 정상회의(CHOGM) 참석을 위해 사모아를 방문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함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도 영국 왕실과 정부는 과거사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서 새 CHOGM 사무총장이 선출될 예정인데, 현재 후보자 3명 모두 노예제와 식민주의로 피해를 본 국가들에 대한 배상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연방은 현재 시대의 변화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인해 결속력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집권 노동당의 일부 의원들도 영국 정부가 노예제 관련 배상 논의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데일리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번 회의에서 노예제에 대해 사과나 배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영국 헌법상 국왕의 연설은 내각의 조언에 따라 이루어지므로, 찰스 3세는 정부의 동의 없이는 노예제와 관련한 사과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작년 찰스 3세는 케냐를 방문해 과거의 잘못에 대해 “깊은 슬픔과 후회”를 언급했으나 공식적인 사과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