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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여성들이 폭력에 맞서 시위를 벌이며, 정부 인사들도 참석하는 가운데,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8일 수도 캔버라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모여 국회의사당으로 행진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촉구했다. 이번 시위는 호주 전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시위를 주도한 인권단체 ‘디스트로이 더 조인트’는 올해 들어 최소 27명의 여성이 파트너의 폭력으로 살해되었다고 밝히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여성 1명이 남성에 의해 평균적으로 나흘마다 살해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현실이 지적되었다. 최근에는 시드니의 한 쇼핑몰에서 한 남성이 흉기 난동으로 6명을 살해했는데, 이 가운데 여성이 5명이었기 때문에 범인이 여성을 향한 범죄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케이티 갤러거 여성부 장관, 어맨다 리슈워스 사회서비스부 장관 등은 시위대와 함께 행진하고 집회에도 참여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연설에서 “여성이 평균적으로 나흘마다 파트너의 손에 죽는다는 것은 국가적 위기”라며, 정부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화, 태도, 법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며, 남성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내각 회의를 소집하고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대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며 “행동을 원한다”, “당신들의 일을 하라”고 외쳤고, 여성에 대한 폭력 범죄를 국가 비상사태로 선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앨버니지 총리는 “국가 비상사태는 홍수나 산불이 발생했을 때 국가 예산을 긴급 투입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주, 매월, 매년 진지하게 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번 시위에 참여한 임상 심리학자 리 고다드는 “지난 50년간 이런 시위를 해왔지만, 여성들의 계속되는 죽음과 피해에 정말 지쳤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70년대부터 여성의 권리 증진을 요구하며 큰 희망을 품었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고 충격적”이라며 “이 나라는 부끄러워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