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일명 ‘엘’이 경찰의 집중 수사 약 3개월 만에 호주에서 붙잡혔다. 엘씨는 “절대 잡힐 수가 없다”고 자신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기록 분석 등을 통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제2의 n번방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20대 중반 남성 A 씨를 호주 경찰과 공조해 검거했다며 엘씨는 2012년부터 호주에서 거주한 한국인으로 이후 범행 당시를 포함해 한국에 입국한 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엘씨는 2020년 12월 말부터 올해 8월 15일까지 SNS로 아동·청소년 9명에게 접근한 뒤 협박해 성착취물 사진, 영상 등 1200여 개를 만들어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성착취 피해자를 돕는 단체인 ‘추적단 불꽃’ 등을 사칭해 “당신의 사진과 개인 정보가 퍼지고 있다”고 피해자에게 접근한 뒤 가해자를 잡으려면 계속 연락해 시간을 끌어야 한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성착취물 제작을 유도하기도 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A 씨는 텔레그램 대화명을 수시로 바꾸고,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도 여러 번 개설과 폐쇄를 반복했다. 그러나 경찰은 엘씨가 공범 및 피해자들과 나눈 SNS 기록 등을 분석해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달 23일에는 호주 현지 경찰과 공조해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A 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압수한 A 씨 휴대전화에서 유포되지 않은 성착취물 영상과 피해자 착취에 썼던 텔레그램 계정을 확보했다. 경찰은 호주 측에 A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예정이다. 다만 호주 경찰이 호주 현지에서 A 씨를 처벌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송환 시점은 미지수다. A 씨는 호주에서 재판을 받고 처벌된다고 해도 추후 한국이 신병을 넘겨받아 국내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경찰은 엘씨와 함께 피해자를 협박·유인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이를 도운 15명을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