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현금 사용과 관련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주요 은행과 기업들이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연방 정부는 현금 사용을 보장하는 새로운 법안을 발표하며 논의의 중심에 섰다.
최근 금융연도에 주요 은행들은 926개의 ATM과 230개의 지점을 폐쇄했다. Macquarie Bank는 현금 입금 서비스를 중단하고 디지털 결제만을 지원하는 첫 주요 은행이 됐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은행에서 현금을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도 현금 없는 결제 방식을 점차 채택하고 있다. Gloria Jeans와 같은 카페 체인이 일부 매장에서 현금 결제를 중단하며 McDonald’s와 KFC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Anthony Albanese 정부는 식료품과 연료 같은 필수품 구매 시 현금 결제를 의무화하는 새로운 법안을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2023년 11월 발표된 법안은 소규모 사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업체가 현금을 결제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규모 사업체는 규모, 인구 밀집 지역과의 거리, 현금 관리 능력에 따라 법 적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짐 찰머스 재무장관은 법안에 대한 논의를 연말까지 진행하고, 2026년에 이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주중앙은행(RBA)의 2023/2024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지폐는 36억 달러로, 평소 발행량의 40%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유통 중인 지폐의 총 가치는 2024년 6월 기준 1,008억 달러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100 지폐의 유통량은 1% 증가했다.
동전의 경우 Royal Australian Mint는 2024년까지 1억 2,800만 개의 동전을 생산할 목표였지만, 실제로는 4,700만 개만 생산하며 목표량의 40%에 그쳤다. 이는 은행들이 동전 주문을 대폭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TM 사용도 여전히 활발하다. RBA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2024년 9월까지 호주인들은 ATM에서 총 1,068억 5,000만 달러를 인출했으며, 이는 전년보다 증가한 수치다.
현금 옹호 단체 “Cash Welcome”의 제이슨 브라이스는 “호주인들은 여전히 현금을 선호하며,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사용함으로써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표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Albanese 정부는 2028년 중반까지 수표 발행을 중단하고, 2029년 9월 30일까지 수표 접수를 완전히 종료할 예정이다. ANZ를 포함한 주요 은행들은 이미 수표 발행을 중단했거나 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결제의 숨겨진 수수료 문제도 현금을 선호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ABC 분석에 따르면, 호주인들은 매년 약 9억 6천만 달러를 카드 결제 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다.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2026년부터 직불카드 결제 수수료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에 210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디지털 결제의 편리함이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현금은 여전히 중요한 결제 수단으로 남아 있다. 현금과 디지털 결제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