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장치나 기구, 소품 등과는 달리 의약품 발명의 경우 특허를 받더라도 해당 발명이 적용된 제약이나 의료기기가 정부의 허가를 받기까지는 실제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일반 제품과는 달리 제약이나 의료기기는 인체를 상대로 사용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전혀 없거나 최소화되어야 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여러차례 임상실험도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호주에서는 TGA라는 식약청 기관이 이러한 허가를 담당하는데 신청부터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수년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허는 등록될 경우 20년 동안의 독점권을 부여받는데, 이와 같이 TGA의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몇년을 허비해버리면 사실상 특허권을 누릴수 있는 기간이 그 기간만큼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따라서, 의약품 특허의 경우 이러한 TGA 허가 과정에서 소요된 기간만큼을 국가가 연장시켜는데, 이를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라고 합니다.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은 최대 5년까지 가능한데, 충족되어야 하는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약물질은 반드시 특허를 통해 실질적으로 공개되어야 하며 특허청구범위에 포함된 것이어야 함
- 해당 의약물질을 포함하거나 해당 의약물질로 구성되는 제품들은 반드시 호주식약청 TGA의 데이터베이스인 ARTG에 포함되어야 함
- 해당 물질의 특허 출원일로부터 첫 규제 승인일까지 최소 5년이상이 소요되어야 함
최근 Ono Pharmaceutical Co, Ltd v Commissioner of Patents [2021] FCA 643사건은 이러한 존속기간 연장시 어느날짜 기준으로 연장되는 기간을 산정해줄지에 대해 다뤘습니다. Ono사의 호주특허 제 2011203119호는 PD-1에 결합하는 모노클론항체 관련된 발명으로 Ono사의 자체 제품인 ‘OPDIVO’와 타사의 제품인 ‘KEYTRUDA’에 모두 적용되었습니다. 두 제품 모두 TGA의 승인을 받았으나 타사 제품인 KEYTRUDA가 Ono사 제품인 OPDIVO보다 약 9개월 빠른 2015년4월16일 승인을 받았습니다.
Ono사는 존속기간연장을 최대로 받기 위해 두 제품 모두를 근거로 호주 특허청에 존속기간연장을 신청했습니다. Ono사의 선호안은 당연히 TGA 승인일이 더 늦은 자사의 OPDIVO제품의 승인일을 기준으로 최장의 존속기간연장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호주 특허청은 KEYTRUDA가 특허와 관련하여 TGA에서 최초 승인된 제품인 점을 들어 KEYTRUDA의 승인일 기준으로 존속기간의 연장을 결정하였습니다.
Ono사는 이에 불복하여 연방법원에 제소하였고, 법원은 호주 특허청의 결정을 뒤집고 호주 특허청에 Ono사 제품인 OPDIVO의 TGA승인일 기준으로 다시 기간산정을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사건을 주재한 Beach 판사는 특허청이 관련 법 조문을 ‘지나치게 문자 그대로의 해석했다’고 지적하면서, 특허권 존속기간연장제도의 주 목적은 특허권자에게 일어난 손실을 보상해주는 취지임을 상기시켰습니다. 즉, 의약품 관련 당국의 승인지연으로 초래되는 독점기간 단축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관련 조문을 융통성있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유연한 방식으로 특허법 77조를 해석한다면, 기간연장 산정의 기준이 되는 당국의 승인일을 특허권자 본인의 제품 최초 승인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특허권자가 당국에서 승인되는 모든 제품들을 모니터링하며 그 중에 자신의 특허와 관련된 제품이 승인되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므로 이 또한 명백히 터무니없고 비합리적이라는 Ono사의 주장에 동의했습니다.
이 판결로 인해 호주의 의약품 특허권자는 관련 특허물질이 적용된 타사 제품이 먼저 TGA의 승인을 받았더라도 뒤늦게 승인을 받은 자사 제품의 승인일 기준으로 특허권 존속기간연장을 신청할 수 있게 되어 수혜자가 되었습니다. 또한, 호주 ARTG 데이터베이스 상의 타사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부담에서도 벗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판결에서는 특허권자와 상업적 관련이 있는 라이센시나 스폰서의 제품이 먼저 TGA의 승인을 받았을 경우 이를 기간산정 기준과 관련하여 최초의 승인일로 볼 수 있는지에서는 명확히 다루지 않아 모호함을 남겼습니다.
연방 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호주 특허청의 오래된 관행에 반하는 것으로, 특허청은 이에 항소한 상태입니다.
작성일: 2022년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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