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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 파트너 변호사
- 조코비치 비자 취소 사건 개요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2022년 호주오픈에서 라파엘 나달이 극적인 역전승을 일구며 메이저 대회 통산 21번째 우승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올해 호주오픈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세계 테니스 선수 랭킹 1위인 노박 조코비치의 입국 관련 뉴스로 인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이 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주정부 보건부와 호주 테니스 협회는 호주오픈에 참석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호주 연방정부 보건부 산하 백신 정책 자문 기구인 “ATAGI” 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엄격한 스크리닝을 진행하여 백신 미접종 선수들의 입국시 격리면제와 경기참가 유무를 심사하였습니다. 조코비치 또한 이러한 심사과정을 통과하여 빅토리아주 도착 후 격리 기간 없이 바로 경기에 참가할 수 있도록 격리면제 허가서를 발급받았는데, 조코비치는 이를 근거로 백신 접종 없이도 호주 입국이 가능하다고 믿은 채 호주오픈 참석을 위해 멜번 국제 공항에 항공편으로 도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연방정부 관할로서 멜번 공항 출입국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Australian Border Force (ABF)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현재 연방정부에서 규정하는 백신 미접종자의 입국시 백신 면제 인정 사유에는 “의학적인 이유로 인해 백신 접종 자체가 어려운 경우”만 해당이 되며 조코비치가 주장하는 “코로나 19 확진으로 인한 면제”는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ABF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서는 조코비치의 백신 면제 사유에 관련된 증빙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코비치를 현장에서 바로 구금시키고 비자를 취소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조코비치는 바로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연방 정부가 비자를 취소시키자 마자 호주 연방 법원 가운데 하나인 Federal Circuit Court에 항소했고, 결국 승소 판결을 받아 내게 됩니다. 사건을 판결한 켈리 판사는 조코비치가 호주 입국을 위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으며, 또한 출입국관리소가 조코비치의 비자를 취소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을 지키지 않은 점을 인정하여 조코비치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부연 설명 – 자정 가까이 입국한 조코비치에게 외부에 연락하여 추가 자료 등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고 하였다가 말을 바꾸어서 약속한 시간이 되기 전에 비자를 취소해버린 것을 절차적 공정성이 침해된 점으로 보았음)
이 판결에서는 조코비치가 연방정부의 입국 조건인 백신 면제 기준을 제대로 충족하였는지에 대한 심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판결이 내려지자 알렉스 호크 이민부 장관은Migration Act 의 116조와 113C 조를 근거로 하여 장관 직권으로 조코비치의 비자 재취소를 결정하였습니다. 해당 조항들에서는 이민부 장관이 호주의 보건 및 질서 유지를 위한 공익에 부합하는 경우, 재량으로 특정 비자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조코비치는 이에 연방 법원인 Federal Court에 항소했으나, 법원은 이번에는 만장일치로 호크 장관의 손을 들었습니다. 이전 항소와는 다르게 이번 비자 취소의 근거가 된 장관의 재량권은 가치 판단의 문제로서, 법원이 그 적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 판결의 요지였습니다.
이에 따라 조코비치는 호주 오픈 개막식이 열리던1월 17일에 호주에서 추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당 법은 또한 장관 직권으로 비자가 취소된 사람은 앞으로 3년동안 호주 비자에 대한 승인을 받을 수 없도록 제한을 두고 있어 향후 3년간 조코비치의 호주오픈 참석에 적신호가 켜지게 되었습니다.
- 조코비치에게 왜 비자 승인과 호주행 비행기 탑승을 허가하였을까?
현재 호주에 항공편으로 입국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반드시 갖춰야 하는데, 바로 적법한 비자와 여행 면제서(Travel Exemption)가 그것입니다. 다만, 최근 호주 연방정부의 단계적 국경 개방에 따라 특정 비자를 소지한 사람이나 “트래블 버블”이 시행중인 싱가폴, 한국, 일본에서 출발하는 해당 국적자들 경우, 별도의 여행 면제서 신청없이 유효한 비자만으로도 입국이 가능합니다.
조코비치의 경우 경기 참가 선수에게 주어지는 비자를 호주 테니스 협회의 도움으로 사전에 발급받았는데 비자 심사시 Covid-19 백신 접종 유무는 고려되지 않으며 해당 비자의 취득 조건만 보기 때문에 비자 발급에 문제가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이 비자는 위에서 언급한 별도의 여행면제 신청이 필요없는 비자류에 포함되어 있어서 조코비치 측에서는 비자와 격리면제 서류만으로 호주 입국 허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통상적으로 항공사에서는 공항 체크인시 자체 스크리닝을 통해 승객의 탑승을 거부할 수 있는데, 이것은 항공사가 만약 해당 국가의 입국조건에 미달하는 비자 미소지자나 결격사유가 있는 탑승객을 태울 경우 해당 국가에서 항공사에 벌금을 부과하기 때문입니다. 조코비치는 여행면제 신청이 필요없는 비자와 빅토리아 주정부에서 발급한 격리면제 허가서를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항공사에서 탑승허가를 해준 것으로 보입니다.
요약하면, 비자발급과 항공기 탑승까지는 백신 접종 여부가 고려되지 않았다가 호주에 입국할 때 백신 미접종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호주 연방정부가 관리하는 공항에 도착 후 입국을 하려면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거나 백신 부작용이나 심각한 질환 등 미접종 증빙 사유를 제출하여야 했는데, 조코비치는 그 두가지 중 한가지도 충족하지 못하였습니다.
연방 이민부장관인 알렉스 호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장관 직권으로 조코비치의 비자를 취소하고 추방한 이유와 함께 호주 입국을 위한 필요 조건을 아래와 같이 밝혔습니다.
- 빅토리아 주 정부에서 조코비치에게 발급한 격리 면제 허가서는 주 내에서 테니스를 치기 위해 발급된 것으로, 호주 연방정부에서 인정 해주는 백신 면제 허가 사유인 의학적 사유와는 완전히 다름.
- 연방 ABF 출입국 관리소는 호주에 입국하는 누구에게나 언제라도 호주 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요청할 권리가 있음.
- 조코비치의 경우 비자와 더불어 백신 면제와 관련한 증명이 별도로 필요했기에 이를 요구받았고, 적절한 증거를 제공하지 못했기에 억류되었음.
현재 호주 이민부 웹사이트와 연방정부 보건부에서는 호주 입국에 필요한 조건으로 백신 접종 증명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의학적 이유로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해당 이유에 대한 증명 의무를 개인이 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기존에 코비드19에 감염되었던 전적이 있다는 사실은 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