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벨 전 연방대법관 주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호주 국민은 물론 의회도 모른 채 여러 장관직에 스스로를 임명했던 스콧 모리슨 전총리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다.
앤소니 알바니즈 연방 총리는 8월 26일 스콧 모리슨 전총리의 비밀스런 셀프 장관직 임명 조사의 범위를 포함한 조사 조건을 발표했다.
버지니아 벨 전 연방대법관은 모리슨 전 총리가 어떻게 총리 직 이외에도 5개 부처 장관직에 스스로를 동반 임명했는지와 이로 인한 영향을 검토하는 조사를 이끌게 된다. 벨 전대법관은 지난해 은퇴 전까지 12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했다.
알바니지 총리는 “정치가 아니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리는 조사를 통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더 큰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에 대해 정부에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책소개에서 정부 조사까지
스콧 모리슨 전총리는 지난 연방총선 당일 호주 유권자 수백만명에게 난민보트 도차에 대한 문자가 전송됐을 당시 내무부 장관직도 겸직한 상태였다.
스콧 모리슨 전 총리가 총리직 이외에도 추가 장관직에 자신을 셀프 임명한 사실은 8월 12일 친야당 성향 전국일간지 디오스트랄리안의 책소개로 시작됐다.
디오스트랄리안은 7월 발간된 책 을 인용해 모리슨 전총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스스로를 보건 및 재정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책에 따르면 연방총리, 당시 법무장관, 그렉 헌트 보건장관은 당시 생물보안법 발효로 사실상 헌트 보건장관이 국군 통수권을 비롯 연방총리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안전장치로 연방총리가 보건장관직을 겸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책 소개에 따르면 저자인 사이먼 벤슨(Simon Benson)과 제프 챔버스(Geoff Chambers)는 디오스트랄리안 정치부 베테랑 기자로 팬데믹 초기부터 당시 정부의 협력으로 연방총리와 장관과 폭넓은 인터뷰는 물론 내각회의까지 들여다보며 당시 모리슨 정부의 팬데믹 대응 상황을 생생하게 담았다. 저자들은 모리슨의 추가 장관직 셀프 임명이 팬데믹 기간 정부가 “해결하려 했던 문제 즉, 어느 한 장관이 절대권력을 갖는 것에 대한 안전보장을 위한 기막힌 해결책”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틀 후 8월 14일 저녁 뉴스닷컴(News.com.au)은 모리슨 전 총리가 2개 부처에 더해 2021년 말 자원장관으로도 취임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연방총선을 몇 개월 앞두고 뉴사우스웨일즈 해안 PEP-11 화석연료 개발을 놓고 키스 핏 당시 자원장관과 연방총리간 논쟁이 있었다. 결국 모리슨 전총리는 핏 당시 자원장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PEP -11 해상 가스 프로젝트 갱신을 막는데 자신의 권한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모리슨 전총리는 개발 갱신 거부를 발표하면서 자신이 뉴카슬에서 울릉공을 잇는 해안 지역 의원들에게 중요한 선거 이슈가 된 이 사업을 막을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디오스트랄리안은 연방 정부 법률대리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모리슨 전 총리가 2021년 4월 산업 및 자원 부서를 이끌도록 ‘총독이 지시하고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8월 16일 알바니지 연방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모리슨 전총리가 이미 드러난 3개 부처를 포함해 총 5개 부처 장관으로 스스로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뉴스코프 계열 언론사 보도로 드러난 보건, 재정, 자원에 더해 내무부, 재무부, 산업부까지 총 5개부처 장관을 겸직한 것이다.
알바니지 총리 발표에 따르면 모리슨 전 총리가 2020년 3월 보건 및 재정부서 공동 장관직을 맡았고, 2021년 4월 중순 자원부를 추가했으며 다음 달에는 내무부와 재무부 장관직까지 더했다.
모리슨 전 총리의 비밀 셀프 장관임명
→ 2020년 3월 14일 보건부 장관
→ 2020년 3월 30일 재정부 장관
→ 2021년 4월 15일 산업·과학·에너지·자원부 장관
→ 2021년 5월 6일 내무부 장관, 재무부 장관
알바니지 총리는 모리슨 전총리의 비밀 셀프 장관임명을 발표하면서 전총리가 “호주 국민들로부터 정부의 운영을 비밀리에 감춰” 웨스트민스터 정부 체제에 중요한 견제와 균형을 훼손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한 부처를 “누가 관장하고 누가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 의회를 오도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셀프임명 합법 – 비밀 임명은 민주주의 근간 훼손
스티븐 도나휴 연방 법무차관은 모리슨 전총리의 5개 부처 추가 임명이 합법적이지만 책임있는 정부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했다고 자문했다.
스티븐 도나휴(Stephen Donaghue) 연방 법무차관(Solicitor-General)은 모리슨 전총리의 자원부 장관 임명이 합법이지만 기존 장관, 의회 또는 호주 국민에게 통보하지 않은 것은 책임있는 정부라는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했다고 평가했다.
알바니지 연방총리는 23일 법무차관이 모리슨 전총리의 셀프 장관직 임명에 대해 연방정부에 제출한 법적 자문 전문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알바니지 총리는 호주 정치 “시스템은 관습, 책임, 견제와 균형에 의존했다. 그것들이 폐기됐다”며 앞으로 정치절차에서 국민의 절대적 신뢰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리가 법무차관에게 자문을 구한 구체적인 사항은 모리슨 전총리가 “2021년 4월 15일 산업·과학·에너지·자원부를 관리하도록 합법적으로 임명되었나?’이다.
법무차관은 모리슨 전총리의 자원장관 임명이 헌법 64조에 의거 합법적이며, “총독은 총리의 조언에 따르며, 헌법 64조에 따라 연방총리를 포함 기존 장관을 국가의 추가부처를 관장하도록 임명할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총독은 그러한 임명과 관련하여 총리의 조언을 거부할 재량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도나휴 차관은 그러나 부처 책임 장관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았을 때 의회와 대중 모두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결론은 모리슨 전총리가 임명된 순간부터 부처의 관장을 책임지기 때문에 관장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한 정도에 달려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모리슨 전총리가 추가 장관직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사안은 자원부 장관으로 PEP -11 해상 가스 프로젝트 갱신건 밖에 없지만 권한 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책임있는 정부 원칙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벨 대법관이 이끄는 조사를 발표하면서 마크 드레이퍼스(Mark Dreyfus) 법무장관은 “이 조사는 모리슨 전총리가 스스로 자신을 5개 부처에 임명하면서 발생한 일이 책임 있는 정부의 관례 및 관행에 위배된다는 것을 가능한 가장 명확하게 표현한 법무차관의 조언에 따라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된 것 ”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장관은 또한 말콤 턴불 전 총리를 인용해, 모리슨 전총리의 비밀 장관직 임명이 “비밀 정부”로 “연방 정부에서 들어본 것 중 가장 소름 끼치는 일 중 하나”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알바니지 총리는 정부가 모리슨 전총리에게 증언을 강요할 수 있는 왕립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키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모리슨 전 총리가 전 대법관의 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총리는 벨 전대법관이 조사에 “필요한 협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 다른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모리슨 전총리는 법무차관의 법적 조언이 공개된 직후 팬데믹으로부터 교훈을 배우기 위한 모든 ‘진정한’ 과정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 전대법관은 11월 25일까지 조사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