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호주 주택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다. 코로나19 기간 동안의 급등, 이후의 소폭 하락, 그리고 2023년 다시 상승세를 보였으나 그해 말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 2024년에도 코어로직(CoreLogic) 주택 가치 지수에 따르면, 7월까지 전국적으로 연간 7.6% 상승했지만, 이는 멜버른의 0.2% 상승, 캔버라의 1.7% 상승, 퍼스의 24.7% 급등을 포함한 수치로 도시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시드니 주택 가치 지수는 7월 말까지 연간 5.6% 상승했다.
도메인(Domain) 경제학자 닉콜라 파월 박사(Dr. Nicola Powell)는 “현재 호주 주요 도시별로 주택 시장의 속도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가격이 도시별로 다양한 속도로 상승하거나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파월 박사는 “예를 들어, 시드니의 유닛 가격은 최근 분기 동안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주택 가격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지만, 이는 구매자들이 얼마나 많은 부채를 감수할지에 대해 신중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2023년 11월까지 기준금리가 2022년 5월의 0.35%에서 4.35%로 지속적으로 인상되면서, 주택 구매자의 구매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비록 2024년 말이나 2025년 초에 이자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 이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코어로직의 연구 책임자 팀 롤리스(Tim Lawless)는 “과거와 팬데믹 기간 동안 주택 가격이 장기간 상승한 주요 원인은 지속적으로 낮은 금리였다”며 “앞으로 금리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시기를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호주 부동산 시장의 전망은 어떠할까? 대규모 하락이나 경기 침체가 올 것인가? 롤리스와 파월은 모두 주택 시장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주택의 부담 능력(affordability)’을 꼽았다. 호주 연방정부는 2024년 7월 주택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향후 5년 동안 120만 채의 신규 주택 공급” 목표를 발표했다. 롤리스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향후 5년 동안 120만 채의 주택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은 시드니의 중간 주택 가격이 166만 달러에 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매도자들이 이러한 기록적인 가격에 반응하여 새로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 매물이 소화되는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어로직 주택 가치 지수에 따르면, 멜버른의 주택 가격은 7월까지의 분기 동안 0.9% 하락했다. 롤리스는 “이는 멜버른 시장이 다른 도시들보다 성장 동력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공급이 잘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이라며 “호주 주택 시장을 지지하는 주요 요인은 주택 공급 부족”이라고 설명했다.
파월은 정부의 약속대로 120만 채의 주택이 공급된다고 해도 호주 부동산 시장에서 대규모 하락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이는 주택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호주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공급”이라고 평가했다.
롤리스는 호주 부동산 시장이 둔화될 경우, 하락폭이 통상적으로 15%를 넘지 않으며 이후 새로운 성장 주기가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공급 부족 상태이지만, 향후 3~4년 내에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주택 가격에 하락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상황이 시장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택 가격이 10%에서 15% 하락하는 것은 오히려 주택 가격의 부담 능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