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실제 호주 금융기관의 세부정보를 이용해 호주인들의 퇴직연금을 빼돌리는 사기 행각이 벌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ABC 7.30 프로그램은 금융 대기업 AMP 관련 회사의 실제 세부 정보를 해당 회사의 허가 없이 ‘복제’하거나 오용한 사기행각을 밝혀냈다. 피해자들은 복제 및 기타 기만적인 방식으로 인해 사기가 호주에서 규제되는 합법적인 재정 자문 회사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이 사기범죄로 인해 현재 호주에서 진행 중인 여러 조사가 촉발됐으며, 기업 감시 당국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는 사기행각의 ‘일부가 높은 수준’이고 확인했다.
7.30 프로그램은 금요일 아침 직원 수십명이 호주인에게 전화를 걸고 있던 마닐라 동부 외곽에 위치한 필리핀 콜센터 내부 급습 장면을 방송했다. 사법당국은 이 콜 센터가 호주인들의 퇴직금을 노린 정교한 수백만 달러 사기와 관련이 있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필리핀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국(Philippine National Police Anti-Cybercrime Group)이 급습한 마닐라 콜센터 내부에는 헤드셋을 착용한 직원들이 일렬로 나란히 앉아 정교하게 준비된 대본을 읽고 있었다. 이들은 이 대본으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호주인들에게 전화해 이들의 생활 및 지출 방식 및 투자에 대한 관심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급습 당시 호주 사이버범죄 수사관 켄 갬블이 필리핀 경찰과 동행했다. 호주인 피해자들은 정교한 사기행각에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들을 추적하기 위해 갬블을 고용했고 갬블은 이들을 대신해 마닐라로 향한 것이다.
갬블은 “우리는 이 활동이 거대한 사기의 일부라고 보고 있으며… 이들은 호주 희생자들의 연금을 훔쳐가고 있다”며 “사이버범죄수사국이 현장에서 적법한 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것을 참관하기 위해서” 필리핀으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갬블에 따르면 콜센터 직원들은 호주에서 전화하는 것으로 가장하고 있었다. 갬블은 “멜번에서 전화하는 것처럼 말했으며, 화면에 뜬 대본을 봤다”고 밝혔다. 갬블은 실제 직원 1명과 대화를 나누었으며 “그는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줬고, 그들이 호주인들과 대화하는 과정과 (피해자들의) 연금에 대한 정보를 내놓게 만드는 방법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번 경찰 급습은 켄 갬블의 회사인 IFW 글로벌이 호주 피해자 6명을 대신해 필리핀에 형사고발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피해자들은 연금을 표적으로 삼은 두 건의 사기로 330만 달러를 잃었으며, 이 사기 사건이 필리핀의 콜센터와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갬블은 콜 센터가 사기의 시작으로 여기에서 수집된 정보가 다른 그룹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다음에는 서양인 가짜 재무설계사들이 피해자들에게 접촉하는 방식이다. 갬블은 가짜 재무설계사들이 “자기관리형 연금기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복잡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 특정 분야 사기에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교한 연금사기로 퇴직연금 전액 잃어
작년 5월 퀸즈랜드 건축업자 롭 웨이드씨는 NSW 지역번호가 있는 번호에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한 사람은 호주 발음으로 자신이 Australian Securities Administration Limited(ASAL) Group 회사 직원이라고 주장했다.
웨이드씨는 이 통화를 시작으로 이 호주인과 퇴직연금 투자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다른 사람과 계속 상담하게 됐다. 이미 자기관리형 연금기금을 운용하고 있던 웨이드씨는 더 나은 수익 상품을 찾고 있었으며 이 두 사람은 웨이드씨에게 자기관리형 연금기금에 대해 번드르르한 설명을 했다. 이들은 모건스탠리 인셉션 펀드라는 수익 높은 상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웨이드씨가 이틀 정도 이 상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까지 줬다.
다음 며칠간 웨이드씨는 ASAL 그룹이 사기인지 확인하기 위해 호주사업자번호 (Australian Business Number, ABN), 호주금융서비스(Australian Financial Services, AFS) 면허같은 주요 사항을 확인했다. 이후 웨이드씨는 ASAL 그룹에 약 20만 달러를 이체하기로 결정했다.
웨이드씨는 7.30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사실 그 돈을 이체해야 하는 은행 계좌 정보를 받았을 때 호주 은행인 ANZ인 줄 알았다. 사기일 수가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웨이드씨는 또한 앱까지 받아 앱에서 모든 투자 현황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러나 6주 후 웨이드씨는 딸 레베카로부터 사기를 당했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사실 레베카 웨이드씨도 ASAL 그룹을 이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었고 일부 개인정보까지 제공했지만 연금을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자 사기꾼들은 연금기금 이전 양식을 위조했고, 다행히 레베카씨의 기존 연금회사인 AMP가 이를 발견했다. AMP는 전화로 레베카씨에게 기금 이전양식 작성 여부를 확인했다. 결국 레베카씨는 운좋게 자신의 퇴직연금을 지킬 수 있었지만 부모는 연금기금 전액을 사기 당했다.
레베카씨는 아버지가 사기를 당한 후 금융 기관, 사법 기관 및 정부 당국과 연락하는 것을 돕고 있다. 레베카씨는 “아무도 도와주고 싶어하지 않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처럼 이렇게 허무하고 낙담한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토로하며, 사기 피해자를 다루는 방식이 극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 사기 어떻게?
ASAL 그룹은 그럴 듯한 웹사이트를 사용하여 피해자들에게 연금을 옮기도록 설득했다. 이 웹사이트는 현재 인터넷에서 삭제된 상태이다.
ASAL 그룹의 회사 이름은 AMP가 소유한 사업체에서 가져온 실제 세부 정보와 함께 ‘복제’된 것이다. AMP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웹사이트는 ASAL 그룹이 ‘1985년부터 수십 년에 걸친 성공으로 호주인들에게 전문적인 금융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60명으로 구성된 핵심 팀이 있다고 주장했다.
AMP 대변인은 지난해 6월 가짜 사이트가 확인된 후 24시간 이내에 긴급 보안 경보를 내보냈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너무 늦었다고 밝혔다. 갬블은 사기단이 ‘이름을 복제하고, 자격증을 복제하고 웹사이트를 만들어, 정말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웨이드씨처럼 피해자들이 실제 회사 존재 여부를 당국에 확인해도 가짜인 것을 알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사기단은 자기관리형 연금기금을 사용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건 스탠리 상품같은 고수익 펀드에 투자하라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유혹했다. 해당 상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ASAL 그룹 웹사이트에 제공하기까지 했다.
ABC 보도에 따르면 모건 스탠리는 ABC로부터 이메일을 받기 전까지 이러한 사기에 대해 인지하고 못하고 있었다. 모건 스탠리에는 ‘Morgan Stanley Inception Fund’라는 상품은 없지만 대신 ‘Morgan Stanley Institutional Fund, Inc. Inception Portfolio’가 있다. 그러나 이 상품은 호주 투자자에게 승인된 것이 아니다. 또한 모건 스탠리는 ASAL이 이 펀드나 다른 어떤 펀드도 고객에게 홍보하고 판매하도록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금 회수 가능성 높이려면 최대한 빨리 금융기관에 연락해야
AMP 대변인은 “사기 피해를 입은 AMP 고객 5명 중 한 명을 제외한 모든 고객에 대해 자금을 회수하거나 상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AMP는 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려면 최대한 빨리 금융 기관에 연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SIC의 사라 코트 부위원장은 이 사기사건에 대한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확인하며, “이러한 문제는 호주인들이 투자 및 연금과 관련하여 제3자와 접촉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취급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되새겨준다”고 강조했다. 코드 부위원장은 ‘금융 사기는 회사 사칭과 신뢰를 얻기 위해 일부 개인 세부 정보 이용의 힘을 이용해 점점 더 잦아지고 정교해지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이 합법성의 외형을 강화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