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상승 지속…유류·신선식품 가격 하락
호주 통계청(ABS)이 7월 20일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7월 호주의 연 물가상승률은 4.9%로 6월의 5.4%에서 0.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분기(2023.4~6)의 연 CPI 상승률 6%는 물론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가 예측한 5.2%보다 훨씬 낮은 수치이다.
ABS는 임대료 등 주거비는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유류와 신선식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전체 물가상승률 하락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에 임대료는 7.6% 상승했지만, 유류·신선식품 가격은 각각 7.6%·5.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ABS의 미셸 마쿼트 물가통계국장은 “연간 물가상승률이 2022년 12월 8.4%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작년 5월부터 연 7% 이상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역대 최저 수준인 0.1%였던 기준금리를 12차례 인상해 4.1%까지 끌어 올렸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주춤하면서 지난 7, 8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RBA는 이번 물가 통계를 토대로 다음 달에도 이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제분석사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마르셀 틸리언트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하락으로 RBA가 예상보다 빨리 긴축을 마무리하고 통화 완화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이번 통계로 4분기(2023.10~12)에 마지막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거의 현실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RBA가 언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베타쉐어즈의 데이비드 바사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RBA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면서 “기준금리는 올해 말까지 현행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 4월부터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주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7월 소매 매출액은 전월 대비 0.5% 증가한 354억 호주달러(약 30조1215억원)를 기록했다고 인베스팅 닷컴과 마켓워치 등이 28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호주 통계국은 이날 여자 월드컵 개최와 각급학교 휴교 등으로 인한 음식 배달과 포장 수요가 소매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시장 예상 중앙치는 0.3% 증가인데 실제로는 이를 0.2% 포인트 웃돌았다. 작년 같은 달보다는 2.1% 늘어났으나 2021년 8월 이래 가장 낮은 신장률을 보였다.
다만 통계국은 소폭 증가에도 기조적으로 소매 매출 침체 추세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개인소비 부진은 호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10%로 동결하는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시장은 8월도 97% 확률로 금리인상이 보류된다고 예상하지만 연말까지는 기준금리가 4.35%로 고점에 달할 가능성도 40% 정도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