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중앙은행(RBA)은 인플레이션이 거의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8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4.35%로 유지했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는 결정으로,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분석가들이 예측한 바와 일치한다.
올해 9월 분기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3년 반 만에 최저인 2.8%를 기록했으나, 중앙은행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아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없다고 밝혔다. RBA의 경제 전망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2026년에 이르러서야 목표 범위인 2-3% 중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RBA는 “표면적인 물가 상승은 상당히 둔화됐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정책은 일정 수준의 긴축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짐 차머스 호주 재무장관은 근원 인플레이션에 대한 RBA의 수정 전망이 경제의 ‘소프트랜딩’을 달성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성장 리스크를 고려하며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왔고, 노동시장에서 얻은 성과를 희생하지 않았다”며 현재 경제정책이 적절한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RBA의 미셸 불록 총재는 이번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여전히 상방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서비스 부문에서 약 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노동 시장이 타이트하다는 점에서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초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호주의 주요 4대 은행은 2025년 초에 RBA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아비지트 수리야는 “RBA가 내년 초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 2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reditorWatch의 이반 콜훈 수석 경제학자 역시 2025년 상반기에 소폭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나, 대규모 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RBA는 금리 인상 효과가 전반적으로 예상대로 작용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대응 정책의 효과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만, 불록 총재는 미국 대선 결과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을 미리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 중앙은행들은 이미 금리 인하에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번 주 목요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며, 9월에도 0.5%포인트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불록 총재는 RBA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팬데믹 시기의 초저금리 수준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OVID-19 팬데믹 동안의 금리는 비상 상황이었으며, 향후 금리가 그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