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액세스 이코노믹스(Deloitte Access Economics)는 호주의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주요 자원 가격 하락으로 정부의 재정 기반이 약화되면서, 2025년 5월까지 호주의 예산 적자가 3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공식 예측치인 283억 달러보다 52억 달러 증가한 수치다.
2023-24년 회계연도에 기록한 158억 달러의 흑자와 비교하면, 이는 493억 달러 이상 악화된 것으로, 역대 최대의 명목 재정 악화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딜로이트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스티븐 스미스는 “이 같은 재정 악화는 경제 순환 주기와 무관하게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며, 가까운 미래에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짐 찰머스 재무장관은 보고서에서 지적된 도전 과제를 인정하며, 올해 5월 발표한 예산 이후 상황이 더 어려워졌음을 언급했다. 그는 “12월에 발표할 중기 재정 전망이 5월 예산보다 약간 약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가 물려받은 재정 상황보다는 훨씬 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찰머스 장관은 지난 2년 동안 물가 상승률 하락, 실질 임금 증가, 100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 1720억 달러의 재정 반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압박을 받고 있음을 강조하며 “아직 과제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딜로이트의 보고서는 향후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호주의 경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공동 저자인 캐서린 리는 “지난 20년 동안 주요 정당 모두 연방 예산의 장기적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재정 엄격성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구조적 재정 적자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경제 순환 주기의 영향을 배제한 구조적 예산 적자가 지속되는 한, 호주는 자원 가격 호황 없이는 흑자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과 공화당의 의회 장악이 호주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의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정책은 호주와 중국산 제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중국산 제품의 경우 최대 60%까지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스미스는 호주 경제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글로벌 자원 가격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어, 국제적인 경제 변화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캐서린 리는 최근 발표된 고령자 복지 개혁, 9억 달러 규모의 국가 생산성 기금, 에너지 전환 관련 개혁 등이 긍정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녀는 “지난 20년 동안 실질적인 경제 개혁이 부족했다”며, 호주 경제가 경쟁력과 역동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생산성과 경제 성장의 부진, 실질 소득 감소, 세대 간 불평등 심화를 호주의 주요 문제로 꼽았다. 리는 “호주의 경제는 경쟁력을 잃어버린 상태이며, 생산성과 소득 격차의 확대는 사회 전반에 걸쳐 더 깊은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