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부동산 시장이 새해를 맞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 22개월 연속 상승 이후 12월에는 전국 중간 주택 가치가 처음으로 하락했다. 하락폭은 0.1%로 미미했지만, 이는 시장 여건 변화의 분명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CoreLogic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호주 부동산 시장에서 퍼스, 애들레이드, 브리즈번이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이들 도시의 주택 가치는 각각 19.1%, 13.1%, 11.2% 상승했다. 반면 시드니는 2.3% 상승에 그쳤으며, 멜버른, 캔버라, 호바트에서는 소폭 하락이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호주(16.1%), 남호주(12.5%), 퀸즐랜드(10.5%)가 주택 가치 상승을 주도했으며, 뉴사우스웨일스와 태즈매니아는 3~3.5% 상승에 머물렀다. 빅토리아는 소폭 하락세를 보이며 대조를 이루었다.
2025년으로 접어들며 부동산 시장은 일시적으로 냉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금리 인하 시점과 관계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 금리 인하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소비자 심리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1~2% 정도 하락해야 주택 소유자와 구매자들이 실질적인 부담 완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24년 말에는 수요 감소와 매물 증가가 나타났다. CoreLogic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매물은 전년 대비 5% 증가했으며, 평균 매매 기간은 전년 28일에서 33일로 늘어났다. 이러한 공급과 수요의 재조정이 지속된다면 금리 인하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2023년에는 금리가 상승하는 와중에도 주택 가치가 강세를 보였는데, 이는 매물 공급이 역사적 평균보다 현저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퍼스, 애들레이드, 브리즈번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시장 하강 국면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으로 호주 부동산 시장의 하강 국면은 상승 국면에 비해 짧고 그 폭도 제한적이었다. CoreLogic에 따르면, 호주 전국 중간 주택 가치의 최대 하락폭은 1982년 10월에서 1983년 3월 사이의 7.7%였다. 동시에, 하강 국면은 더 나은 구매 기회를 제공하며, 금리 인하와 맞물리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한편 중·고급 주택 시장은 금리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의 구매자와 소유주들은 대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해당 시장의 가격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많은 호주인들이 장기간 보유한 도심 주택을 매각한 뒤 해안가로 이주하며 새로운 주택을 구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크기는 줄이더라도 고급 해안 주택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역 시장에서의 수요와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2024년 지역 시장이 주요 도시들을 능가했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2025년은 단기적 조정과 새로운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전망이다. 특히 금리 인하와 함께 시장 하강 국면이 진행된다면, 주택 구매자들에게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